(현장에서)'구관'과 '명관'
2017-08-08 06:00:00 2017-08-08 06:00:00
김현종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10년 전 참여정부 시절 이미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었다. 한국의 최대 통상 협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끌어낸 장본인으로 이후 그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부터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의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장에서도 그는 경제통상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들이 '해외 관계자들도 김현종 본부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긴장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협상력은 인정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은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그가 일궈냈던 한·미 FTA의 개정 협상이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체결 당시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략을 사용했다. 당시 'FTA 지각생'이었던 한국의 협상국은 칠레 뿐이었다. 칠레에 이어 주변국인 한·중·일과의 FTA를 생각하던 때 김 본부장은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과감히 미국을 선택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일궈냈다.
 
이에 정부도 통상 컨트롤타워로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고, 본인 스스로도 앞으로 통상에 닥칠 파고를 넘어설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상대방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세적, 방어적 자세로 통상업무를 해나간다면 우리는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다"며 "지도자들의 통찰력과 안목 부족으로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그것도 부족해서 아관파천, 러일전쟁, 가츠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합방의 뼈아픈 경험을 했다"고 말하며 공격적인 통상 정책을 암시했다. 최근 미국의 무역대표부가 FTA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강해지는 통상 압박에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은 말처럼 쉽고 단순하지 않다. 강한 의지를 가진 사령탑은 들어섰지만 아직 통상교섭본부 조직은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고, 그가 기존 조직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이른바 '구관'에 해당하는 그가 최근 변화된 통상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과거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그가 다시 '명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는 곧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과 통상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과 같다.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겁다.
 
정치경제부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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