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곤 정경부 기자.
미리 말하자면 기자는 탈원전정책에 적극 찬성한다. 멀리 러시아의 체르노빌을 시작으로 얼마전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 최근 한국의 경주 지진까지 보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국민이라면 아마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국토면적 대비 원전이 가장 많은 국가로,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쩌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뛰어넘는 재앙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물론 한국에 건설된 원전이 특별히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기우'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 발생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현 정부도 이 같은 원전의 위험성을 미리 없애고 원전 대신 대체에너지 등 안전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탈원전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탈원전을 외치는 곳은 한국 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원전 완전폐쇄정책을 결정했고, 이탈리아의 원전 재가동계획은 국민투표로 부결됐다. 이어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탈원전의 신호탄으로 쏘아 올렸다.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공론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를 일시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않다.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 이후 한수원 노조는 정책 반대 투쟁에 나섰고, 지역 주민들도 동참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상 원전이 빠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 등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공사 중단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 같은 반대여론 확산을 정부도 한몫 거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 혹자는 지금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탈원전 정책이 결코 궤도에 오를 수 없고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에너지정책은 보다 장기적으로, 후손을 위해 펼쳐야 하는 정책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 해줄 명확하고 투명한 근거가 필요하다. 이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비로소 100년, 200년 뒤를 위한 에너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흔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우직하게 계속해나가면 이룰 수 있음을 빗대어 말할 때 우공이산(愚公移山) 이라는 한자성어를 쓴다. 아흔 살의 우공이 두 개의 산을 옮기려 한 것은 결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해곤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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