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세기의 재판' 피고인으로 지난 4월2일 첫 공판 이후 무려 53회에 걸친 법리 공방이 끝나 만감이 교차해서일까.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일 결심 공판에서 울먹거리다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웃으며 악수하는 등 다소 상반된 심정 변화를 보였다. 한편, 이날 공판을 바라보는 법정 안팎 눈들은 볼썽사나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긴장한 표정으로 피고인 최후 진술을 위해 일어났다. 미리 준비한 진술문을 그대로 읽는 작업이었지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평소와 달리 감정 변화가 뚜렷했다. 준비한 종이를 읽어내려가던 이 부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 제 책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모든 임직원, 많은 선배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후 감정이 복받치는 듯 이내 헛기침하다가 "창업자인 저희 선대 회장님"이라 말한 뒤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거렸다.
이후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간 이 부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주신 회장님 뒤를 이어가다가"라고 말한 뒤 물을 마시고 기침하며 감정을 제어하려고 노력했다. 다시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던 이 부회장은 "저는 평소에 제가 경영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서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돼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한 뒤 다시 기침하고 떨리는 감정 제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말하는 요지는 간단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에 대해서는 자기가 부덕한 까닭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특검의 주장대로 서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손해를 끼치는 등 부정한 방법을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결백을 호소하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떨렸고 약해졌다.
이후 재판이 끝난 뒤 이 부회장의 표정은 피고인 진술 때와 판이해졌다. 특검 쪽으로 다가간 이 부회장은 웃으며 특검팀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그간 재판하느라 수고했다'는 의미였겠지만, 울먹거리며 결백을 강조하던 피고인 진술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한편, 이날 법정 안팎은 일부 돌발 행동을 벌이는 방청객으로 인해 어수선했다. 이 부회장 피고인 진술 중간에 한 방청객이 "힘내세요"라고 말하다가 퇴정당하는가 하면 재판 종료 후 흥분한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몇 명이 "이게 나라야", "저런 게 무슨 특검이야"라고 외치며 재판 결과에 항의했다. 재판 밖도 돌발 행동의 연속이었다. 흥분한 박사모 몇몇 회원들은 재판 전 법정에 출석하는 박영수 특검을 향해 "X여 버리겠다"는 등의 원색적인 용어로 위협을 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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