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지목' 전 문체부 과장 "대통령 말에 명예퇴직"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 "심적 부담 느꼈다"
2017-08-17 11:45:42 2017-08-17 11:45:4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과장이 대통령 말에 굉장한 심적 부담을 느껴 명예퇴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진 전 과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5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문체부 제2차관)은 법정에서 증인이 원래 사표내지 않고 버티다가 자신이 내니 같이 냈다고 증언했는데 이 사실이 맞느냐"고 묻자 "저는 원래 더 하려고 했는데 노 전 국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2년반을 더 버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노 전 국장이 왜 그만두게 됐는지 경위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어떤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이 사람들이 아직도 근무하고 있느냐'는 말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저도 그러면 굉장히 심적 부담이 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노 전 국장의 명예퇴직에 자신도 부담을 느꼈다는 취지다.
 
검찰이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이 증인을 꼭 찍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보라고 한 것은 앞서 증인을 만나 명함을 교환한 박 전 전무가 그 사실을 최씨에게 전달했고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도 전해진 게 아니냐"고 묻자 "그랬을 거라고 추측된다"고 증언했다.
 
진 전 과장은 모 전 수석에게 박 전 전무에 대해 보고한 뒤 곧바로 박 전 전무의 항의 전화를 받은 것과 관련해 "제가 수석에게 보고한 자료가 어떻게 박 전 전무라는 민간인에게 전달됐는지 굉장히 놀랬다. 또 당시 박 전 전무의 말이 협박처럼 느껴졌고 앞으로 저에게 신분상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겠구나 직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013년 8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경북 상주 승마대회에서 2위에 그치자 문체부에 대한승마협회 비리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에 착수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승마협 비리가 없었고 승마계 파벌싸움이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 등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며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인사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