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첫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한국항공우주(KAI)에 대한 공개 수사를 진행한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러면서 수사 초기 제기됐던 지역경제 위축에 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천시의회는 16일 "KAI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KAI 경영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 착수 후 닷새 만인 지난달 19일 "기업 수사는 신속하고 최소한으로 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경영상 비리가 발견되면 신속히 지적하고, 처벌해 정상화할 것"이라고도 밝혔지만, 현재 수사 상황으로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가운데 검찰은 거래업체 대표를 구속하면서 이번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으로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다만 첫 구속자는 금융권에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KAI의 경영상 비리와는 거리가 있다. 부품 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상 비리를 우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나머지 수사를 순서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KAI의 대표를 맡았던 하성용 사장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0일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하겠다"며 물러났지만, 아직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오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은 현직 본부장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다.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일 청구된 전직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중요 방산기업인 KAI의 부실이 누적될 경우 더 심각한 경영 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검찰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방위사업 비리 수사는 새 정부 출범 전 내걸었던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에 관한 공약 중 하나로, 이번 수사는 그 시작인 셈이다. KAI 수사가 결코 부실하게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동안 부실하다고 지적받았던 검찰의 방위사업 수사에 대한 과오를 씻기 위해서도 이번 결과는 중요하다. 앞서 대검찰청 반부패부 산하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기소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에 이어 와일드캣 비리와 관련해 기소한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도 지난달 13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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