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이 강한 8·2부동산 대책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열기를 사그라들게 하진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은 최대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으로 사업비만 9조원에 육박한다. 이 사업에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맞붙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흥행 여부에 따라 개포·잠실 등 줄줄이 대기 중인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GS건설은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들과 합작하고,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하는 등의 특급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게다가 단지 안에 145m에 이르는 스카이브리지를 설치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한강을 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대건설도 이에 뒤질세라 영국 왕실로부터 시작된 컨시어지 전문기업 ‘퀸터센셜리’가 입주민들의 생활관리를 서비스하고, 단지 중앙 통로에 2개동의 상부를 연결하는 ‘골든게이트’를 만들어 640석 오페라하우스, 식물원, 실내아이스링크장, 워터파크 등 23개 편의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모든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지의 평당 가격은 5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34평형의 몸값은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2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상위 1%의 특권층을 위한 단지다.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자 마치 ‘풍선효과’처럼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의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는 집값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주택경기가 급속도로 냉각기에 접어들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에게 전가된다. 실물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강남 재건축 분양가만 나홀로 고공행진하는 건 분명 비정상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자면 강남과 비강남의 사회 ‘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직장 동료와 친구 사이에도 집을 가졌는지,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계층화’가 이뤄진다. 마치 서로간 보이지 않는 유리벽으로 인간관계까지 단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고삐 풀린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제어함으로써 과도한 이익을 막고, 균형 발전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강남 재건축발 사회적 '양극화'와 '계층화'를 막을 수 있다.
산업2부 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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