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며 마치 대단한 쾌거를 이룬 양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민의 뜻과 상식적 판단에 따르기보다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표결을 부결시키고, 이를 성과인 것 마냥 언급한 것이 과연 새 정치를 내세운 안 대표가 해야 할 발언이었는지 납득이 안된다. 무조건 정부여당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보수야당의 발목잡기에 동참하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실제로 안 대표는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여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메시지가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를 보이콧을 한 것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모습에서는 식상함을 넘어서 피로감마저 느끼게 된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은 보이콧을 철회하고, 민주당도 반성하고 책임지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안 대표의 논리에 국민들이 쉽사리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당장 몽니를 부리는 것은 한국당인데 민주당이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선명야당, 강한야당을 표방하며 당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당 지지율은 부진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은 4%의 지지도를 보이면서 원내 5당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으로만으로는 지지율 상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의당의 생존이 갈릴 시험 무대라는 점에서 안 대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정부여당에 날을 세워 존재감을 자랑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가와 당의 미래를 보는 정치인이 아닌 동네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정치인이 되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대안을 만들고 제시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
안 대표는 취임 당시 첫 일성으로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안 대표가 바라는 새로운 정치 풍토 속에서 국민의당이 국익과 민생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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