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찬성 진영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각자 경쟁하도록 해 요금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요금이 내려갈지 의문이며, 특히 중소 휴대폰 판매점들이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말기 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을 분리시켜 경쟁을 유도한다. 현재는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와 함께 요금제 가입도 사실상 독점한다. 고가 요금제일수록 혜택이 늘어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제한적 자급제'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단말기 판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되, 중소 휴대폰 판매점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추가됐다. 제조사 및 이통사와 특수관계인 곳이나 대규모 유통업자는 단말기 판매를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삼성디지털플라자나 LG베스트숍, 롯데 하이마트, PS&M(SK텔레콤 판매 자회사) 등에서는 휴대폰을 팔지 못하게 해 중소 판매점이 고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양판점이나 대리점에서 기존 보조금에 버금가는 사은품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면 중소 유통점들은 영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형 유통 매장에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대신 온라인·방문 판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단말기 구매가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실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발의를 앞두고 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단말기 자급제에 가장 민감한 곳은 일선 유통망이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가장 커 가격경쟁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적다"며 "이통 3사의 점유율이 5:3:2로 고착화된 지 오래인데, 서비스 경쟁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6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난 조찬에서 한 CEO는 단말기 자급제 도입을 검토해 줄 것을 이 위원장에게 건의했다. 그러자 다른 CEO는 기존의 유통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단말기 구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이 분리될 경우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자급제는 현재도 시행은 되고 있다. 가령 갤럭시노트8 공기계를 구매해 원하는 이통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기계 가격이 출고가보다 10%가량 비싸 소비자들이 거의 찾지 않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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