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외교 결산) 하루를 일년같이…숨가빴던 뉴욕순방 "역대급 일정"
교민들 "나의 대통령 문재인", 청와대 "백악관에 '문재인 팬클럽'도"
2017-09-24 16:54:36 2017-09-24 16:54:3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역대급 일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3박5일간 미국 뉴욕 유엔(UN)총회 순방일정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최악의 교통체증으로 ‘의전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뉴욕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분 단위로 짜여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맨해튼 거리를 숨 가쁘게 뛰어야 했다.
 
문 대통령이 뉴욕 순방기간 머물렀던 숙소는 유엔 본부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했다. 그러나 전 세계 120여개국 정상들이 현지에 집결하면서 차량으로 이동할 때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현지 경찰의 교통통제를 지켜보던 한 뉴욕 시민은 “뉴욕 시내 도로가 원체 좁은데, 이번 행사 때문에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졌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첫 뉴욕 일정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면담도 교통체증 탓에 예정보다 18분 늦게 시작됐다. 유엔 본부에서 면담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즉시 다음 일정인 동포 만찬간담회로 향했지만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수행원들과 도보로 행사장까지 이동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뉴욕의 교통체증으로 세 블록을 걸어서 이동했다”며 “수행원들 역시 뉴욕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다닌 오후였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일종의 전화위복으로 문 대통령과 현지 교민들과 예정에 없던 즉석 소통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도보로 이동하는 도중 거리에서 만난 교민들과 시선을 맞추며 인사를 나눴고 사진촬영에도 적극 응했다. 교민들은 문 대통령의 숙소호텔 앞을 지키며 ‘나는 문재인을 지지합니다’, ‘자랑스러운 내 대통령’, ‘이니(문 대통령의 애칭) 하고 싶은 것 다해’ 등의 피켓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하며 열렬히 환호했다.
 
이동문제 뿐만 아니라 분단위로 짜여진 빡빡한 일정도 난관이었다. 문 대통령 이하 청와대 관계자들, 수행 기자단은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움직여야 했다.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의 유엔총회 불참으로 예정됐던 한·이라크 정상회담이 취소되자 기자단 사이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중간 휴식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다음 일정 자료를 살피며 준비해야 했다. 대통령의 거의 모든 일정에 배석했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역시 틈틈이 ‘오른손 관리’를 해야 했다. 일정 내용을 자신의 수첩에 기록해 기자단에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기자들과 만난 박 대변인은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하루에 20시간 이상은 일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교민들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유력 인사들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는 현지 금융계와 경제인 등 재계 ‘큰 손’들이 대거 참석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여 년 전 부터 소액주주 운동, 재벌개혁운동을 하면서 교분을 쌓아왔던 월가의 한국계 투자가, 금융계 고위 간부들이 적극 도와줬다”면서 “특히 문 대통령의 인기가 높았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23일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 측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백악관 내에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이 생겼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문 대통령이 원칙과 소신이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됐고, 백악관 내에 점점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모인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도 문 대통령은 주목의 대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단 한명의 희생자 없이 촛불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대통령까지 오른 정치인이라는 것이 외신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호칭하고 ‘자살임무’, ‘북한 완전파괴’를 이야기한 날, 유엔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해외 언론인들은 “미국과 북한의 ‘스트롱맨’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어떻게 중심을 잡을지 궁금하다”며 기자에게 질문세례를 던지면서 관심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거리에서 교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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