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부정부패 척결을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면서 “권력형 부정부패의 척결은 청와대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첫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부패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감사원장, 법무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우리는 청렴국가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면서 “국가 권력을 운영하면서 부정하고 부패한 방식으로 국민의 삶을 옥죄고, 국민의 세금을 자기 주머니 속의 돈인 양 탕진했다”고 과거 정권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개별 부정 비리나 부패 범죄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반부패 정책들을 마련하고, 범정부적인 반부패 추진 전략을 세워 주길 바란다”며 “특히 각 기관의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검토해 나가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추진 전략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듯, 반부패 정책의 출발을 권력형 부정부패의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주길 바란다”며 “부정부패의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청렴성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반부패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 만연돼 있는 뿌리 깊은 부패구조까지 반부패정책협의회의 업무 영역을 넓혀주길 바란다”며 “민간부문의 부패는 우리사회 공정성을 파괴해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민간부문의 뿌리 깊은 부패까지 해결해야 우리 사회가 비로소 반칙 없고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부패 없는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 정부 반부패 추진전략’을 보고했다.
정부 주도로 개별기관 차원의 공공부패에 한정된 기존 반부패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치를 통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부패를 아우르는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광화문 일번가, 국민생각함 등을 통해 국민참여를 활성화하고 담합, 리베이트 등 집중신고 대상을 발굴해 민간과 기업의 부패에 적극 대응한다. 또한 반부패정책협의회의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범정부차원의 부패방지 추진체계를 확립, 2022년 CPI 20위권, OECD 평균 60점대를 달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뇌물, 알선수뢰, 알선수재, 횡령, 배임 등 5대 중대범죄와 지역 토착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보고했다.
전국 검찰청 반부패특별수사부를 중심으로 전면적·상시적 단속을 전개하고, 지역별 고질적 폐해를 분석해 각 지역 실정에 맞는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5대 중대 부패범죄와 지역 토착비리에 대해서는 처리기준 및 구형 기준을 상향해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범죄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범죄로 인한 불법수익도 끝까지 추적·환수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은 민간 분야의 고질적 부조리인 갑질·담합 등 ‘민생분야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을 중심으로 보고했다.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등 갑을관계가 특히 심각한 4개 분야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여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또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담합에 대한 적발과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의 성능 개선, 해외경쟁당국과의 협조 강화 등을 통해 담합 적발 능력을 높이고, 고발활성화, 과징금 한도 상향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방위사업 비리가 무기획득 절차의 전 단계에 걸쳐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비리 발생 요인을 제거하고 예방하기 위한 근원적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우선, 방산 브로커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7월 시행에 들어간 ‘무역대리점 중개수수료 신고제’ 이행 점검을 강화해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방산업체의 ‘방위사업 컨설팅업자 신고제’를 현재 자진신고제에서 의무화(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퇴직군인과의 유착 방지를 위해 퇴직자 취업제한대상을 ‘소규모 방산업체 및 무역대리점’까지 확대하고, 방산업체 관계자와 면담 시 의무적으로 그 내용을 신고하도록 행동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비리적발시 처벌기준 강화와 함께, 기밀유지 위주의 ‘폐쇄적 무기획득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업체와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금은 과거보다 부패척결의 요구가 더욱 높은 상황”이라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패척결이 출발점이며, 부패척결이 바로 되어야 다른 국정과제들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권익위가 과거의 위상을 찾고, 반부패정책협의회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면서 “1년~2년 사이에 가시적인 성과가 비록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이후에는 반드시 반부패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서 국가 신인도도 향상되고 경제도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의가 열린 청와대 집현실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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