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은 백남기 농민이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후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농민·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백남기투쟁본부’는 지난 주말 서울 종로와 광화문에서 그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모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찰이 추산한 반 토막 인원은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국정농단이란 초유의 사건으로 촛불이 뒤덮었던 지난해 말 즈음부터 백남기 농민 사망의 1주기를 추모했던 주말까지의 그 현장에 차벽과 살수차가 없다는 것은 그의 희생으로 우리가 받은 평화로운 선물이 아닌가 싶다. 그가 의식을 잃은 후 죽음을 맞이하면서 머물렀던 병원에서도 올해 6월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 것에 이어 이달 26일에는 경찰이 공식적으로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날의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검찰은 유족이 책임자를 고발한 후 1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서야 관련자 조사를 시작하는 등 노골적인 늑장 수사와 함께 시신의 강제 부검을 시도하는 등 비판의 대상이었다. 급기야 한 시민단체는 이 사건 수사를 박근혜 정부 4년간 최악의 검찰권 오남용 사례로 꼽기도 했다.
다행히도 우리 국민이 민주적이면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국정농단이 1년 더 이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고, 지난 5개월 동안 전 정부가 쌓았던 폐단을 없애는 것이 온 나라의 1순위 과제가 됐다. 검찰도 이전과는 다르게 이달 초 백남기 농민의 유족을 만나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주까지 모든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사 결과를 검토해서 다음 달 중으로는 처벌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침은 계속되는 취재진의 문의에 검찰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 상황에 관한 궁금증은 응당 기자로서 가져야 하는 의무이거니와 기자가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이들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이 사건의 결과는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이 수사가 종결되는 2017년 10월이면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2년이 되는 시점이다. 촛불로 새 민주주의의 역사를 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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