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2년 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국정감사에 첫 부름을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 정부 첫 국정감사에 또 다시 증인으로 채택될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는 최근 여야 간사들이 논의한 교섭단체별 일반증인, 참고인 요청 명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만약 신 회장에 대한 최종 증인 신청이 이뤄지고 신 회장이 이에 응한다면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서게 된다.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당시 신 회장은 10대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감의 증인으로 출석해 재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엔 형제간 경영권 갈등 문제 등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던 시기였고, 국회에서도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으며 곤혹을 치렀다.
그러나 이번 증인 신청의 배경은 당시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야권을 중심으로 신 회장과 김종인 롯데마트를 증인으로 신청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된 진술을 듣겠다는 취지로 명단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대표적인 피해 기업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최근 악화일로를 걷던 중국 내 유통사업을 버티지 못하며 '중국 철수 불가'라는 소신을 접고 롯데마트 전면 철수라는 가슴아픈 선택을 한 바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의 보복대상 1순위가 되며 집중포화를 맞았다. 새 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별다른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은 정부의 눈치를 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온 게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선 신 회장이 이번 국감장에 나서 사드보복 집중포화 중심에 놓였던 심경과 피해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놀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도 그룹 차원에서 국감 증인 최종 채택을 앞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 회장의 경우 이미 국감 출석 경험이 있는데다, 이번 증인신청 배경도 롯데 쪽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인만큼 이전 국감과 성격도 다르고 부담도 덜 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 강화 등 몸을 잔뜩 움츠린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와 이슈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부담 요소가 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도 국감 증인채택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관련 부서에서도 국감을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새 정부 첫 국감이니만큼 증인 채택이 된다면 우선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황각규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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