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불평등 해소만으로 일자리 창출 안돼, '혁신성장' 중요"
성장과정서 소득격차 발생은 필연…격차해소에만 치중하면 '성장 저해' 위험성
2017-10-18 06:00:00 2017-10-18 06:00:00
한국 사회의 소득분배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소득불평등의 수준과 변화방향에 대한 논쟁이후 지금은 노동소득분배율 변화와 그 영향, 즉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에 대한 논쟁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연 소득주도성장은 바람직한가. 그 개념은 무엇이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의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최근 우리나라 소득불평등도의 변화는, 그 수준과는 별개로 지난 박근혜정부 내내 감소추이에 있다가 2016년 처음 반등했다. 개인적으로 이 반등이 이번 정권교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권교체의 기폭제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민들이 살기 어려워져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더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 초기에는 기초노령연금으로 대표되는 복지지출의 확대와 함께 경기자체도 나쁘지 않아 노인을 중심으로 한 취약계층 고용증가로 소득불평등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추이였다. 그러나 2016년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했다. 복지지출을 통한 추가적인 개선이 줄고, 실제경기는 나빠져 청년과 노인계층의 고용이 감소해 취약계층에 상당한 수준의 소득감소가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축에 속하고,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청의 공식 통계는 문제가 많은 자료라는 것이다. 이는 옳은 판단이다. 통계청의 공식통계는 지난 수십년간 고소득층의 응답률 저하로 고소득층의 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으며 더 이상 수선도 불가능하다.
 
통계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소득층의 소득을 반영하는 새로운 통계를 이미 2012년부터 생산하고 있지만, 공식 통계로 채택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새로운 통계로도 최근의 소득불평등은 전 정부 동안 2015년까지 감소했으며 2016년에는 증가세로 돌아 선 것으로 나타난다.
 
'소득격차 해소' 중요하지만 성장저해 가능성 조심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소득불평등과 관련해 몇 가지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하나는 소득불평등 관련 개념이며 다른 하나는 소득주도성장 관련 여러 가지 논쟁사항들이다.
 
먼저 소득불평등 관련 개념을 살펴보자. 현재 소득불평등과 관련해 ‘소득양극화’나 ‘소득격차’라는 유사한 용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용돼 혼란스럽다. 유사한 용어지만 의미하는 바가 틀리면 정책방향도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양극화’라는 용어는 1980년대 초 유럽에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상류층과 빈곤층으로 이분화 되는 현상을 우려해 등장한 개념이다. 그러나 개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증적으로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의 추이가 다르게 진행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소득격차 해소’는 과거 노무현정부 때부터 ‘소득양극화 해소’와 개념적으로 거의 동일하게 사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 소득격차는 ‘상대적 개념’의 소득불평등과 달리 부자와 빈자의 ‘절대적’ 소득 차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양자의 정책방향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정책의 방향은 맞으나 정책수단과 우선순위 설정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 축소를 위해 정규직 전환 확대도 필요하지만 전체적 시각으로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의 과보호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도 동시에 필요하다. 이러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소득격차’가 부자와 빈자의 소득 차이를 의미하는 뜻으로 소위 ‘절대적인 소득불평등’을 의미한다면 정책의 방향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의 간단한 예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섯 가구로 구성된 한 사회의 소득분포 A=(1, 2, 3, 4, 5)가 있다. 이 사회의 총소득은 15로 최상위 20% 가구가 전체소득의 5/15=33%를 점유하고 있다. 이 사회가 다음 해 B=(2, 4, 6, 8, 10)로 모두 두 배가 되었다고 하자. 이러한 변화는 관련된 경제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변화되지 않은 것은 상대적인 개념의 지수들이다.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은 둘 다 한 가구(20%)로 변함이 없다. 또한 5분위 배율이나 지니계수도 변함이 없다. 
 
그럼 바뀐 것은 무엇인가? 전체소득이 15에서 30으로 두 배로 되어 성장률은 100%이며, 절대빈곤선을 2라고 한다면 절대빈곤비율은 20%에서 10%로 감소했다. 또한 부자와 빈자의 소득격차도 4에서 8로 두 배 증가했다.
 
A에서 B로 변화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혹자는 100% 성장해 절대빈곤은 감소하고 소득불평등은 불변이니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반대로 소득격차가 두 배가 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역사적 교훈은 성장하면 절대적 소득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절대 격차를 축소하려는 정책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사회가 격차해소의 결과 C=(2, 2, 3, 3, 4) 사회로 변했다면 이는 바람직한 사회인가? 소득격차는 4에서 2로 절반으로 줄고, 빈곤자도 없고 소득불평등도 감소했다. 그러나 총소득은 15에서 14로 줄어 마이너스 성장했다. 더 심한 음의 성장인 D=(0.5, 1, 2, 2.5, 3)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C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고소득층을 제대로 반영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상위 20%의 가구가 전체소득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E=(1, 2, 2.7, 3.7, 6.4)의 소득분포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10년 전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결과, A에서 B로 변화한 것에 대해 약 45%가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외국에서는 50% 정도가 불평등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A에서 모두 동일한 정도로 소득이 더해진 F=(2, 3, 4, 5, 6)에 대해 우리나라나 외국 모두 답변자의 60% 가량이 불평등이 감소한다고 답했다.
 
과거의 성장 경로로 볼 때 한국은 초기에 비해 성장과 불평등이 동시에 높아진 E형 사회로 변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인식을 충실히 반영한다면 향후 성장이 좀 줄더라도 분배를 중시 여기는 F형 사회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F형 사회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바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절대적 격차해소’에 치중하면 우려되는 바도 있다. 포퓰리즘에 빠져 D형 사회로 몰락한 일부 남미국가들과 같이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과 임금주도성장의 공통점과 차이점
 
두 번째로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 관련 사항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존의 근로자 임금완화에 의한 투자 증가 및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 증가로 성장하던 모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배경으로 한다. 그 대안으로 '임금'의 역할을 중시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이 나왔고, 그것의 한국버전이 소득주도성장이다. 
 
기존 이론은 임금을 노동비용으로 여겼지만 임금주도성장에서는 비용일 뿐만 아니라 투자 및 소득증가의 기제로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공급측면에서는 효율임금가설(efficiency wage theory)과 같이 임금상승이 생산성의 증가를 유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생산성을 결정한다고 본다.
 
즉 효율임금 이론은 근로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이직률이 낮아지고, 근로 열의가 높아지며, 우수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그렇게 한다면 시장 자체가 작동될 수 없는 한계점에 봉착한다. ILO의 임금주도성장의 논리 전개도 이러한 효율임금가설과 유사한 맥락이 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의 공고함이나 실증분석에서 인과관계의 입증 여부를 떠나 임금주도성장은 지나친 분배의 악화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그 동안 소홀히 한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 소득주도성장도 2016년 이후 분배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의 배경이 되는 노동분배율 통계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는 외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20%이상으로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 때문이다. 노동분배율은 창출된 총소득 중 노동에 귀속된 몫의 비중을 뜻한다. 그런데 자신의 노동과 자본을 동시에 투입해 생산 활동을 하는 자영업자는 총소득 중 노동에 귀속되는 몫이 얼마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즉 노동분배율은 자영업자의 소득을 자본과 노동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현재 노동분배율의 공식통계처럼 사용되는 한국은행통계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모두 자본소득으로 취급한다. 그 결과 지난 십수년동안 노동분배율 수준은 왜곡되고, 변화는 하락이 아니라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국내외 연구들은 자영업자 소득의 절반 정도를 근로소득으로 나누거나, 자영업 부분은 빼고 법인부분 피용자만을 대상으로 분배율을 계산한다.
 
이 방식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분배율은 지난 십수년 동안 감소추이를 보이지만, 2010년 이후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이 조정된 방식이 국제기준에 부합된다. 결국 2010년 이후 노동분배율이 한국에서 다시 증가추이에 있는데, 노동분배율이 계속 하락해 문제라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해 질 수 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자영업자 비중이 큰 한국의 현실을 반영해,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분배개선 정책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영업자가 포함된 새로운 노동소득분배율을 이용해 분배율 상승이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을 견인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이 현 정부의 또 다른 핵심정책인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여부도 확인될 필요가 있다. 이는 임금주도성장을 주창하고 있는 ILO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루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임금상승, 일자리 창출 직결되는 것 아냐…‘혁신성장’의 중요성
 
임금주도성장론을 포괄하고 있는 ILO의 자료에서 임금(노동분배율)의 상승과 일자리 창출과의 관계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이를 언급하는 약간의 글에서도 친노동정책(임금과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로 대변)이 생산성 증가나 총수요 증가에 긍정적일지라도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친노동정책이 시행되더라도 반드시 확장적인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자영업자 포함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주도성장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증거는 국내외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또 노동분배율을 높이면 소득불평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노동분배율은 개선되나 소득불평등은 나빠지는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발견된다.
 
이는 노동분배율은 임금으로 대표되는 개인소득의 증가이나, 소득불평등은 가구로 대표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임금근로자가 아닌 무직이나 실직인 빈곤층의 소득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2016년도처럼 개선되기 어렵다.   
 
종합하자면 소득주도성장은 우리나라의 악화된 분배상황을 인식하고 공평한 성장(equitable growth)을 강조하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 중 지나치게 한 쪽만 강조되면 경제나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기 어렵다.
 
성장과 분배라는 양 날개가 골고루 튼튼해야 멀리 높이 날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현명함이 있다면 분배뿐 아니라 성장 그 자체도 중요하게 여기는 발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소득주도성장에 혁신성장이라는 개념이 추가된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가미래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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