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논란이 공정위 손을 거친다. 회사기회유용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단체는 현 ‘경제검찰’ 수장이 몸 담았던 곳이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관련 의혹은 공정위에 신설된 기업집단국에 배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9일 “조사 요청을 접수받았고 관련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7일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전 경제개혁연대 소장이었던 만큼 SK로서는 부담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은 SK C&C 지분을 60억원에 매입한 이후 주식매각 및 배당수령 등을 통해 이미 1조원 이상 이득을 얻었고, 현재 보유 중인 SK㈜ 지분의 시장가치는 5조원가량으로 평가된다”며 “최 회장이 또 다시 기업 인수를 통해 회사기회유용을 시도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김 위원장이 SK에 대해 견지했던 시각과 일치한다. 김 위원장은 당시 “SK C&C는 SK그룹의 대표적인 회사기회유용 사례이자,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한 회사”라며 SK C&C가 합병 후 지주회사가 돼 일감몰아주기 과세 적용을 받지 않는 점도 꼬집었다.
최근 김 위원장이 SK를 포함한 5대그룹 면담에서 기업집단국을 통해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한 것도 공교롭게 겹친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된 지배구조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로 연결되는지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이번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공정위 내부 기류다.
경제개혁연대는 SK㈜의 SK실트론 지분 51% 인수 후 잔여 지분 중 19.6%만 취득, 나머지 29.4%를 최 회장이 취득한 것에 대해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회사기회유용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당초 매입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외돼 30% 할인된 가격에 취득할 수 있음에도 기회를 포기했다는 의심이다.
이 문제는 지난달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국감에 출석한 장동현 SK 사장은 “회사는 잔여지분 취득에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최 회장이 잔여지분을 사들인 것은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의 지분 매입 시도가 많아 이를 예방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SK 관계자도 “바이오, 공유차량 등 투자할 곳이 많아 SK실트론에 이미 안정적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SK는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지분 참여는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사업 의지를 표출한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경제개혁연대는 SK㈜가 TRS 거래를 통해 SK실트론 추가 지분을 확보하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5년간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거래였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SK는 법률 검토를 거쳐 회사기회유용에 해당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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