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김광연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이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남 전 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 전 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업무상횡령·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각각 근무 기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31일 남 전 원장 등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 이·안 전 비서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자택과 관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후 이달 8일 남 전 원장을, 10일 이병호 전 원장을 각각 피의자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기 전 원장도 지난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이날 오전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의 체포 시한인 오는 16일 오전 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에서 재직한 이후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서 일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특정범죄가중법(국고손실·뇌물수수) 위반 혐의로 이·안 전 비서관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 전 경선 등과 관련한 다수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국정원에서 받은 5억원으로 대금을 지급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출석에 불응한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 추가로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현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매달 국정원 특수활동비 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현 전 수석은 부산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2000만원, 추징금 약 3억3700만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실상 돈을 받은 피의자로 판단하고 조사 방식과 시기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돈은 청와대의 합법적인 특수활동비와 전혀 별개로 비밀리에 관리되고 사용됐다"며 "박 전 대통령도 수수자 측 피의자로 적시한 셈이라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 전 원장은 2013년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남 전 원장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구속된 피의자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감찰실장이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밤샘 조사를 받은후 검찰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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