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3분기 항공업계의 표정이 확연히 엇갈렸다. 실적 쇼를 펼친 저가항공사(LCC)들과 달리 항공업계 빅2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진은 깊었다. 악재로 작용했던 중국 여객 감소와 유가 상승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이다. 고유 영역인 화물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체면치레를 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대한항공은 14일 3분기 매출액 3조2139억원, 영업이익 355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7%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서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액 1조6308억원, 영업이익 1189억원의 3분기 경영 성적표를 내놨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LCC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티웨이항공도 영업이익이 56% 급증하며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대형사와 LCC의 희비는 여객 매출에서 갈렸다. 제주항공 여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한 것과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3%, 2% 역성장했다. 여객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티웨이항공은 제주항공을 웃도는 여객 매출 증가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대비 배럴당 10달러가량 오른 국제유가 역시 장거리 노선이 많은 대형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여름 휴가철과 추석 황금연휴 덕에 대목으로 꼽혔던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빅2의 표정은 암울하다. 그나마 화물사업 실적 개선을 위안으로 삼는 분위기다.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한 업황 호조에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며 여객 부진을 일부나마 상쇄했다.
대한항공의 3분기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7002억원. 전체 매출 가운데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19.1%에서 22.4%로 3.3%포인트 늘었다. 반면 여객은 1조9862억원에서 1조9225억원으로 정체였다. 같은 기간 여객 매출이 2%(1조82억원→9885억원) 감소한 아시아나항공 역시 화물에서는 20.8%(2651억원→3203억원)의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에서 21.1%로 늘었다. 양사의 화물 매출이 규모 측면에서 여객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이 20% 이상 하락한 부진을 감안하면 역성장을 방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급격히 성장한 LCC 맹공에 여객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은 대형사만의 전유물로 꼽힌다. 화물사업을 위한 별도의 전용 항공기가 필요한 탓에 한정된 기단을 운용하는 LCC가 쉽사리 넘볼 수 없는 분야로 지목됐다. 신선화물, 의약품, 반도체 등 프리미엄 화물 부문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대형사의 특수화물 운송 노하우 역시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이는 특수화물의 고수익성에도 불구하고 LCC들이 진입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대한항공은 29대, 아시아나항공은 12대의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3분기 IT 시황이 좋아지면서 작고 가볍지만 가치가 높은 반도체와 같은 특수화물이 실적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며 "4분기 여객부문 실적 회복에 힘쓰는 한편, 대형사 특유의 중장거리 노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화물사업의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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