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새 정부 들어 부산·경남·울산 등 이른바 ‘PK출신’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중심으로 지역기반과 인맥을 등에 업고 금융권 주요 요직을 꿰차는 모습이다. 이에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가 문정부의 새로운 핵심 인적네트워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이동빈 수협은행장,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 김지완 BNK금융 회장, 김태영 은행연합회 내정자, 허인 국민은행장. 사진/뉴스토마토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서는 김지완
BNK금융지주(138930) 회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 내정자 등이 수장직에 올랐다.
부산에 연고를 둔 이들 대부분은 선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 최종 선임에서 깜짝 발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7일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내정된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역시 부산 출신이다.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김 후보의 내정은 금융권에도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당초 연합회장 후보로는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나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같은 관료 출신 인사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드보이’ 관료에 대한 우려와 ‘신한사태’ 주역에 대한 부담감이 겹치며 김 후보가 최종 낙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김태영 후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인맥이 두텁고, 신경분리 전 농협에서 금융 부문을 맡아 금융업에 대한 조예도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1953년 부산 출생의 김 내정자는 영남상고를 졸업하고 198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신용부문 대표, 중앙회 전무,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김 내정자는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의 멤버로 알려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정치 기반인 ‘부산’을 중심으로 이뤄진 부금회 모임은 지난해 3월 발족한 조직으로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를 비롯해 이정우 마이에셋자산운용회장, 엄길청 경기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또한 부금회 멤버다.
부산 대동고를 나온 정 이사장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을 맡았다. 그는 문 캠프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한국거래소가 서류심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12일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하겠다고 돌연 발표하면서 각종 의혹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부금회가 정 이사장을 강력히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올 9월 취임한 김지완 BNK금융 회장도 PK의 대표적 인물이다.
1946년 경북 경주 태생인 김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부산으로 이사와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김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이었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밖에 지난 22일 국민은행장에 오른 허인 행장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영남권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3차 공모 끝에 결정된 수협은행장 자리 또한 기존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강명석 상임감사와 이원태 전 행장을 제치고 부산대 출신의 이동빈 행장에게 돌아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 당시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가 떠올랐던 것처럼 연고주의가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부산 금융인 모임이 최근 힘을 내고 있는 것도 일정 부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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