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박인규 DGB금융회장, 임원 인사 손대나
오는 26일 인사 단행 예정…전체 임원 73% 임기 만료 앞둬
박인규, 비자금 조성 의혹에 사퇴 촉구…지배구조 개선 요구 제기
2017-12-19 15:34:56 2017-12-19 15:34:56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DGB금융지주(139130)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인규 DGB금융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유일하게 지주회장-행장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DGB금융은 지배구조 개편 과제에 직면했지만, 이를 총괄할 박 회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여기에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에서 박 회장 사퇴 촉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주의 신뢰도 또한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DGB금융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끌탕을 앓고 있다. 사진은 박인규 DGB금융 회장과 대구은행 제1본본사 전경 /DGB금융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인규 DGB금융 회장은 오는 26일경 임직원에 대한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DGB금융과 대구은행 임원진 가운데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임원은 총 10명이다. 
지주에서는 오는 24일 임기가 끝나는 김경룡 준법감시인 및 DGB경제연구소장과 박명흠 리스크관리 본부장(부사장보)을 시작으로 장영철 부사장보 겸 대구은행 공공금융본부장과 문흥수 전략경영본부장(부사장보)의 임기가 27일 종료된다.
 
대구은행의 경우 김경환 부행장보의 임기가 24일 만료되며, 27일에는 윤이열·이준걸·성석기 부행장보와 김윤희·오동수 상무의 임기가 끝난다.
여기에 내년 3월에는 구본성·이재동·하종화·조해녕 DGB금융 사외이사와 노성석 부사장을 비롯해 박남규 대구은행 상임감사위원과 임환오·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 김진탁·서인덕·구욱서·김용신 사외이사의 임기도 만료된다. 전체 30명 임원 가운데 73.3%인 22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셈이다.
 
문제는 박 회장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사권한 행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DGB금융 정관에 따르면 상임이사 및 비상임이사는 박 회장의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후보를 정하며,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게 된다.
또한 박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이뤄진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 추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박 회장의 손에서 모든 인사가 실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주 내외부에서는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박 회장이 임원 인사권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자진 사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 초 연임된 박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로 약 2년이 남았다. 그러나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이상 형의 확정판결을 받는 등 지배구조법 제5조에 따른 결격요건에 해당 시 대표이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박 회장은 대외영업활동 등의 명목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활용해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경찰은 DGB금융 제2본점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을 하고 박 회장을 3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했으며, 조만간 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 용도가 아닌 은행 관련 업무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지난 8월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각종 의혹이 있다면 경찰조사도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지난해 7월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 대구은행 출신 직원의 채용을 청탁한 것과 자택 인테리어 공사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퇴요구도 빗발친다.
 
앞서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비자금 조성 의혹 파문과 관련해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18일 선임된 김정원 신임 노조위원장 역시 20대 집행부와 궤를 같이 한다.
같은 날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박 회장의 범죄 혐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책임감 있는 은행장이라면, 대구은행의 미래를 위해 인사권 행사를 중단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도 바꿔야 한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지적하며 내년 초 지배구조 및 경영승계프로그램도 살펴보기로 함에 따라 회장-행장 겸임 체제인 DGB금융 역시 지배구조 개선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DG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사업계획과 그룹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는 의장인 박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등이 참석한다”며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안과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내년도 계획 등 경영 관련 전반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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