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애플의 배신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분위기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 배터리의 성능을 고의로 낮췄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시장이 크게 술렁였다. 미국 소비자들은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곳곳에서 소송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6'. 사진/뉴시스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아이폰7 사용자 2명은 구형 아이폰 사용자들을 대표해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이들은 "애플이 사용자 동의 없이 폰에 간섭해 속도를 낮춘 것은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애플의 잘못된 행위로 폰의 사용성과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이유로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도 신형 아이폰 구매자 5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뉴욕에서도 소송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9일 미국의 한 네티즌이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폰6S의 연산 속도를 측정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촉발됐다. 이후 18일에는 IT 기기 성능 측정 전문 사이트인 '긱벤치'가 '아이폰의 퍼포먼스와 배터리 노후'라는 분석 게시물을 통해 노후된 아이폰일수록 성능이 저하된다고 주장했다. 원인으로는 배터리를 지목했다.
논란이 일자 애플은 21일 공식 성명을 통해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기온이 내려갈 경우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이럴 경우 아이폰이 예기치 못하게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최대 소비전력량을 낮추는 iOS 업데이트를 실시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출시한 iOS 10.2.1부터 향상된 전원 관리 기능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성명은 배터리 잔량에 따른 동작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시킨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플의 해명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오랫동안 소비자들과 기술 마니아들 사이에서 거의 종교적인 열광을 불러 일으켜온 애플이 팬들의 믿음과 충성심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구형 아이폰 사용자들의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미국 법무법인 '애틀라스 컨슈머 로우' 소속의 제임스 블라키스 변호사도 "애플의 구형 아이폰 성능 저하는 최신형 아이폰의 판매를 촉진시키려는 의도적인 사기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