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애플 쇼크가 국내 이통업계를 덮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고의로 아이폰의 성능을 제한시켰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잔량이 부족하거나 추운 곳에 있을 때 아이폰이 꺼질 수 있어 속도 지연 업데이트를 했다는 것이 애플의 해명이다.
미국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이통3사는 좌불안석의 심정이다. 사실 이통3사에 애플은 배짱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애플이 순수 제작한 광고 외에 아이폰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용 전액을 이통사들이 부담하는 데다, 다른 제조사와 달리 지원금에 대한 분담도 없다. 그럼에도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높은 로열티는 아이폰을 가장 확실한 흥행카드도 꼽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통사들 역시 매 하반기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공격적 전략의 카드로 삼는다.
지난달 24일 국내 출시된 아이폰X(텐)의 경우 64기가바이트(GB) 모델이 136만700원, 256GB는 155만7600원으로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제조사 차원의 지원금이 없어 중국, 일본보다 실구매가격이 높았다. 그럼에도 아이폰X은 출시 초반 물량 부족 사태를 겪을 정도로 흥행을 보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25일 "아이폰 사용자들은 주로 고가요금제를 이용하고 유료 콘텐츠 이용 비중도 높아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높다"며 "이번 일이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열린 SK텔레콤 아이폰X 개통 행사에서 온라인 예약 가입자들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사들은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서 오픈을 앞두고 있는 국내 1호 애플스토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코리아의 요구에 이통3사의 대리점 코드를 부여하는 전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애플은 자사의 운영체제인 iOS를 사용, 이통사들의 윈도와 달라 호환되는 시스템 개발이 쉽지 않다. 또 애플은 돈이 되는 휴대폰 개통 업무만 하고 일반 대리점들이 하는 요금 수납과 AS 접수 등 각종 고객 응대 업무는 하지 않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이러한 애플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국내 무선통신 가입자는 포화 상태다. 휴대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을 합친 무선 가입자는 지난 10월 기준 약 6242만명이다. 무선통신 분야는 더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이통사들의 주력 사업이다. 각 이통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는 동안 무선에서 기존 수준의 매출을 내야 한다. 그 한 축이 애플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