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올해 가전업계는 신규 시장이 개척되면서 외연이 넓어진 한 해였다. 가전은 개인용 정보기기와 달리 교체 주기가 길다. 때문에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국내에서는 레드오션으로 인식됐다.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꾼 힘은 교체시장이 아닌 신규시장 창출에서 나왔다. 의류 건조기와 무선청소기가 대표적 사례다. 소비자 생활환경의 변화 흐름에 맞게 기존 가전과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
의류 건조기는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신규시장을 만들어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류 가전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지만, 폭발적인 인기 속에 필수가전의 자리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2015년 이전까지 연간 수만대 판매에 그쳤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60만대에 이르며 전년 대비 6배 규모로 시장이 커졌다. 내년에는 필수가전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연간 판매량 100만대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원래 건조기는 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것이 생소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봄철 황사를 비롯해 사계절 미세먼지 영향으로 실외에서 빨래 건조를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건조기 구매가 증가했다. 베란다 확장 등으로 빨래 말리는 공간이 부족해진 주거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고온열풍 건조방식 대신 저온건조와 제습 과정을 반복하는 '히트펌프 기술'로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고, 모터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가 불필요한 가동을 막아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등 기술적인 진보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 의류 건조기와 LG전자 무선청소기 A9. 사진/각사
모터가 위에 달린 핸디스틱형 무선청소기도 올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주류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60대 40 수준이던 유선과 무선 판매 비중이 올해에는 35대 6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선청소기=보조청소기'라는 고정관념을 깨면서 유선을 제치고 청소기 시장의 주류로 올라섰다.
흡입력과 배터리가 개선된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판도 커졌다. 기존에는 다이슨의 독주가 펼쳐졌다면 6월 LG전자가 A9을, 9월에는 삼성전자가 파워건을 출시하며 다이슨에 도전했다. 일반 진공청소기 대부분은 60~70W의 흡입력을 보이지만 이들은 140~150w의 강력한 흡입력을 갖췄다. 한 번 충전하면 40분, 배터리 교체시 최대 80분까지 사용할 수도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비싸더라도 가사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성능 좋은 제품에 실수요가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진보를 통해 편의성을 좇는 가전의 출현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집안 가전이 통신망에 연결돼 손쉽게 제어하고 각종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가전 전성시대가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음성비서 빅스비를 탑재한 셰프컬렉션 패밀리허브 2.0을 선보인 데 이어 내년에는 빅스비를 탑재한 가전을 더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 플랫폼 딥씽큐를 적용한 가전제품 출시에 속도를 낸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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