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리스크 증대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통상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은 고급 철강재 시장을 확대하면서다.
한국무역협회가 6일 발표한 '수입규제 월간동향'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한국을 대상으로 한 각국의 수입 규제 건수는 모두 196건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40건으로 가장 많다. 미국의 수입규제 40건 가운데 철강·금속 품목은 2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기·전자가 5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 화학제품과 섬유류 수입규제가 각각 3건을, 기타가 1건을 차지했다.
한국철강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철강재 전체 수출량은 3168만4174t이다. 이 중 미국에 수출한 철강재는 355만338t(11.2%)이다. 지난 2016년 미국에 수출한 철강재 374만358t 대비 20만t 가까이 줄었다. 전체 비중도 2016년 12.1%에서 0.9%포인트 감소했다.
업계는 미국의 통상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달에도 한국산 대구경 강관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하는 등 통상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 나가고 있다. 최근 조사가 마무리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도 철강업계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세이프가드 등을 통해 수입 제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리스크 증대로 고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과의 경쟁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철강시장에 공급과잉 주범으로 지목되며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에도 전세계 조강 생산량 16억9120만t 가운데 8억3180만t(49.2%)을 생산했다. 전년 대비 생산량이 5.7% 증가했다. 업계는 중국이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저급 철강재 생산설비를 줄이고, 고급 철강재 생산량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12월 철강사 보산강철과 무한강철을 합병해 생산량 6100만t 규모 철강사 보무강철을 출범시켰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비슷한 생산능력을 갖춘 하북강철과 더불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철강사는 질적 고도화, 사업 다각화 등의 작업을 통해 고급 철강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고급 철강재 판매 비중을 기존 54%에서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는 동남아 등 아시아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고급 철강재 시장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며 "미국이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 판로를 확대할 때 중국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만큼 고급 철강재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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