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오는 4월부터 자율운항선박 관련 국제법과 표준화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자율운항선박은 항법위성장치(GPS)와 적외선 카메라, 운항 관련 각종 센서 등을 이용해 선원없이 목적지까지 운항하는 배로, 앞으로 10년 내 해운·조선업과 유관 산업을 바꿀 '게임 체인저(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로 주목받고 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 법률위원회는 오는 4월 자율운항선박 도입에 따른 법적 문제를 논의한다. 이어 5월 열리는 IMO 해사안전위원회(MSC)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을 주요 의제로 채택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IMO는 자율운항선박이 향후 해운산업에서 새로운 사업분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제도 마련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국제연합(UN) 해양법에 따른 관할권과 해상 충돌방지를 위한 규정, 선원 일자리 문제, 환경보호, 선박 건조와 기술 요건, 선박보험, 사이버 보안과 테러에 대한 대비책 등이 주요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노르웨이, 영국, 일본 등 해운 선진국은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법·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 '야라 비르셸란호'를 건조하고 있다. '바다 위의 테슬라'로 불리는 이 선박은 전기를 추진동력으로 이용하는 무인 컨테이너선이다. 일본은 민관이 협력해 오는 2025년까지 신형 선박 250척에 자동운항 시스템을 탑재하기에 앞서 내년부터 자율운행 컨테이너선을 일본~북미 노선에 시험 투입할 계획이다. 영국 선박·항공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는 구글과 손잡고 자율운항선박용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오는 2020년까지 선박 원격조정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국가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와 법·제도 정책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시장 개화에 앞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승선 인원을 4명으로 최소화한 스마트 자율운항선박과 이를 운영하는 시운전센터, 연계 시스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무인으로 운항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운항선박이라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높이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자율운항선박 상용화 시대에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해운업계 뿐만 아니라 유관산업에서 전방위적인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선업의 경우 정보기술(IT)을 접목을 확대하고, 선박 기자재 분야는 데이터 축적과 표준화로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운과 항만, 물류산업 역시 신기술 적용에 따른 선박가격, 운임비용 상승에 대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국내 자율운항선박 기술과 정책은 미래 트렌드에 대한 대응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에 대한 리스크 대비 체제가 미흡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내법 적용 검토와 IMO 대응전략 등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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