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철강' 무역전쟁…대책 없는 한국 철강업계
WTO 제소 외 대응책 뚜렷하지 않아…중국은 농산물 무역 보복
2018-02-18 15:43:03 2018-02-18 15:43:03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외국산 철강재 수입 제한을 권고했다. 미국의 철강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과 중국 등 외국산 철강재 수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도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을 발표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수입산 철강은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며 세 가지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 권고했다. 첫째는 모든 국가의 철강 수입에 대해 최소 24%의 관세 부과다. 둘째로는 한국과 중국 등 12개 국가의 수입산 철강재에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나라의 철강 수입량을 지난해 대미 수출량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모든 국가의 철강재 수입을 지난해 대비 수출량의 63%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 알루미늄도 중국 등에 23.6% 관세 도입이나 모든 국가에 7.7% 관세 적용, 대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86.7%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권고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11일 백악관에 제출됐으며,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철강재 등 수입제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시하면서 조사가 진행됐다.
 
무역확장법 232조 권고 내용. 제작/뉴스토마토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국내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함께 53%의 관세 부과가 필요한 12개 국가에 포함되면서 불똥이 튀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12개 국가를 특정한 이유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대미 수출량으로 봤을 땐 캐나다나 일본 등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데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무부의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가 관련 논의를 했으나, 미국이 관세 부과 등 수입 제한을 강행할 경우 뚜렷한 대응책 도출 없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이 대응책으로 있겠지만 실효성이 낮고, 규제가 실행되면 대미 수출량이 많은 업체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산 철강재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 일본처럼 아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17일 중국은 미 상무부의 조사 결과는 근거가 없다며, 중국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고, 이어 대두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은 철강에 대한 수입 제한 정책을 오는 4월11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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