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 철강업계를 향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품목을 확대했으며, 미국 철강업계는 철강재 수입제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4일 철강업계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철강협회(AISI)는 지난 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의 산업을 악화시키는 모든 철강 수입원에 대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해결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서한에는 알톤스틸과 AK스틸, 클리블랜드-클리프, 티멘스틸, 누코어, 아르셀로미탈USA 등 미 철강업계의 대표들도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 서한이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등 외국산 철강재 수입이 미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조사가 마무리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세이프가드 등을 통해 수입 제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미 상무부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조치 여부를 결정해 공표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대구경 강관에 대한 통상압박 범위를 확대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달부터 한국 등 6개 국가에서 수입한 대구경 강관에 대한 반덤핑·상계 관세 조사를 시작했다. 대구경 강관은 송유관 제작 등에 사용되는 철강재다. 수출 비중은 작지만 그동안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던 제품이다. 업계는 철강재 관세 조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재 가운데 냉연강판과 열연강판 등 모두 10개 제품에 대해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를 부과했거나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 철강업계는 세탁기와 태양광에 이어 세이프가드가 철강재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세탁기와 태양광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민간의 압박을 계속 받을 경우 세이프가드를 철강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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