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주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사회책임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관련 방안을 고심 중인 삼성전자도 차명재산, 다스 의혹 수사 등 부정적 이슈가 계속되는 통에 발표시기로 주총이 적절한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게 주된 관측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주총 견제 이슈도 높아지며 민감 안건에 대한 관심도 증폭된다. 기업들은 배당 확대, 이사회 개선 등 한발 앞서 여론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다수의 전문경영인이 시장의 재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는 일부 그룹 총수일가 경영진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이슈였으나, 올해는 2인자급 전문경영인 다수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것이 눈에 띈다. 주요 그룹들이 대부분 사건·사고 전력이 있는 만큼 매년 주총 의안분석기관들의 안건 반대 의견이 제기됐었다. 그동안은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참고해 실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가 드물었으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확산의 원년인 올해는 기류가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 주주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기업들을 보면, SK는 조대식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3월 만료된다.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 사장은 앞서 2015년 SK와 SKC&C 합병 당시 구 SK의 대표이사로 합병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함께 의안분석기관의 문제제기가 없지 않았다. 등기이사 재임기간 동안에는 이런 평가가 따라붙을 수 있다.
LG도 하현회 부회장의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안건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LG그룹 계열사가 총 78억원을 출연한 2015년말~2016년초 당시 LG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당시 그룹 8개 회사의 재단 출연증서에 직접 날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의 재단 출연에 따른 뇌물혐의는 이 부회장의 1·2심 재판 결과 무죄가 인정됨에 따라 처벌 대상에선 멀어진 듯 보이나 시장에선 투명경영 측면의 책임론을 별개로 인식한다.
강요에 의한 기부라도 회사의 재산을 정당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고 정경유착으로 회사의 평판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단 출연 건으로 구속돼 논란의 불씨도 여전하다. 이 부회장과 재판 결과가 다른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오인환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 받았다. 오 사장은 2015년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을 당시 결격사유가 없어 시장에서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신설된 최고운영책임자(COO·철강부문장)에 선임되며 권오준 회장 체제 2기의 새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 역시 재단 출연 이슈가 있으나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집중조사를 받았던 최정우 사장은 이번에 재선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일부 부정적 이슈가 있는 주총 안건들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경제민주화 기류 속에 의결권 대리 행사 의무, 거수기 주총 견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그간 국민연금공단은 주총장 보폭을 조금씩 달리 해왔다. 정권이 바뀌기 전 지난해 정기 주총 때만 해도 국민연금의 반대 안건 비율이 전년보다 소폭 올랐었다.
더욱이 올해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코드 도입에 대해선 여야간 이견도 있으나, 이미 20개가 넘는 자산운용사, 보험사, 증권사 등이 참여했으며 40개 넘는 기관들이 추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재계도 주주친화정책에 적극성을 띤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이다. 그동안 총수기업집단은 내부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배당에 인색했으나, 실적 개선과 더불어 유보금 이슈, 총수일가의 지분 상속비용 급전이 필요해진 사정 등 복합적 요인이 배당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SK, 롯데, GS, 신세계, 두산, CJ 등의 상장사들이 대체로 전년보다 오른 지난해 결산 배당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재벌개혁 과제나 상법 개정안 등이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재계가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에 이어 한화, LS 등이 주주총회 분산개최 또는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 계획을 내놨으며, 현대차는 투명경영위원회의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들에게서 추천받기로 했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재벌 기업 면담 이후 자발적 개혁 사례로 인용되며 다른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4대그룹 중 명단에서 빠진 삼성이 집중 관심 대상이다. 김 위원장이 2차 데드라인으로 정한 3월 주총까지 관련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이런 관측은 힘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은 전자투표제나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이 이사회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어 분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 후보에 오르며 경영일선에선 물러났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과 함께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이 새로 등기이사에 올라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사내이사 총수가 늘게 된다. 이사 과반수를 사외이사가 차지해야 하는 상법에 따라 현재 5명인 사외이사에 새 인물이 추가될 전망이다. 기존 5명 중 2명은 임기도 만료된다. 다수의 이사회 변동 요인 속에 2016년 말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제시했던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 영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 외국인 이사 영입보다 주주 추천 방식으로 이사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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