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의 지배기업 삼성물산이 계열사의 배당확대정책으로 현금을 두둑하게 챙긴다. 올해 벌어들일 배당수익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에 현금이 모이고 있는 배경은 지배구조 이슈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삼성물산의 지난해말 기준 계열 상장사 보유지분은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 43.4%, 삼성전자 4.06%, 삼성생명 19.3%, 삼성엔지니어링 7%, 삼성SDS 17.1% 등이다. 이 중 20일 현재까지 연말 배당을 결정한 곳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다. 삼성물산 보유 지분에 따라 세 곳으로부터 받을 배당금을 추산해보면, 대략 삼성전자 1126억원, 삼성생명 772억원, 삼성SDS 264억원씩이다. 총 2162억원을 거둬들인다.
남은 두 곳을 비롯해 비상장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배당은 훨씬 불어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분기 배당을 실시해 연중에도 배당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9조6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올해 수령할 삼성전자 분기 배당수익도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략적으로도 연간 총 배당수익은 4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벌어들인 4841억원의 순이익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물산 사옥. 사진/뉴시스
삼성물산은 추가적으로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건설부문이 보유한 장부가액 5000여억원 규모 서초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며 1조~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24.1% 매각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배당수익까지 합하면 2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매각 작업이 단순 경영효율화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현금이 쌓이는 것과 비례해 관심은 지배구조 이슈로 기울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전자, 삼성물산에 이어 금융TF를 구축했으며, 향후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과 금융그룹통합감독 등의 이슈에 대응할 것으로 보여진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수정으로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지분 2.1% 처분 문제도 걸려 있다. 삼성전자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에 따라 삼성생명 보유지분 일부 처분 문제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밖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보험업법 개정, 지주비율 강화 등 삼성의 출자구조 변동을 야기하는 규제 압박이 증가하는 추세다. 재계는 이같은 요인에 대비해 삼성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삼성물산에 현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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