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패션업체들이 겨울 한파에 따른 롱패딩 열풍으로 특수를 누리며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부터 주문을 받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수출을 하는 수출 전문업체들은 원화강세에 매출이 줄거나 정체되는 등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패션부문), 휠라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내수 브랜드 업체들이 대부분 겨울특수를 맞으며 매출이 늘어났다. 이 영향으로 국내 주요 유통채널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이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 때 아닌 이른 추위로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모두 겨울아우터 부분이 크게 신장했다. 반면 의류 OEM 기업들은 환율 영향에 달러 기준인 OEM 매출액이 타격을 입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에 거래됐다. 지난 2016년 4분기 1150원대이던 환율이 1100원 아래로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에는 달러당 원화가 1058원으로 3년2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국내 주요 유통채널과 패션기업들이 겨울 한파와 롱패딩 열풍으로 매출 특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류 OEM사들이 원화강세에 매출이 줄거나 정체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한 소비자가 롱패딩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시훈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의 4분기 OEM 매출액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1년 전 보다 4.5% 가량 줄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하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에 대해 "지난 4분기 OEM 부문은 달러기준으로는 성장하겠지만, 원화강세로 원화기준 매출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패션 기업들이 겨울 특수로 작년 4분기는 물론 1분기 현재도 긴 추위가 이어지면서 실적에 겨울아우터 판매가 절대적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아픈부분이다. 그나마 노스페이스로 국내 판매를 하고 있는 영원무역의 경우는 타격이 상쇄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세실업의 경우 타격이 막심하다.
삼성물산(000830)은 패션부문에서 2014년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지난해 3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엠비오, 레노바 등 브랜드는 정리하고 온라인사업은 재편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빈폴 아웃도어가 지마켓 등에서 베스트 판매 목록에 오르는 등 롱패딩이 전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롱패딩을 준비하지않은 극히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여타 패션 브랜드도 상황은 유사하다.
F&F(007700)는 지난해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성과를 냈다. 디스커버리, MLB 등 주요 브랜드에서 주력 제품인 패딩류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4분기 보다 84.3%나 증가한 545억원을 기록했다. F&F 관계자는 "브랜드 매출이 늘고 유통 물량이 증가해 이천물류센터를 증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롱패딩과 여성복 판매가 지난해 겨울 매출을 이끌었고 코스메틱 부문까지 개선되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두자릿수로 성장한 3222억원을 기록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의류 OEM 기업들은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이 부진했다"며 "연초에도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업황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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