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작년 내내 부진했던
삼성물산(000830) 주가가 올 들어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무산 실망감을 달래기 위한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이 나온 가운데,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등 추가적인 현금 흐름 개선 가능성을 감안할 때 현재의 저평가 상황이 부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가는 연초 이후 14.3%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 포기를 결정한 뒤 삼성물산 주가도 횡보하며 연간 0.39% 상승에 그쳤지만, 1월 한 달 중 6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상승하며 주가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8일 주주 환원책으로 내놓은 배당 확대 계획은 투자심리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은 향후 3년 간 매년 주당 2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기준 배당금총액은 3300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3.6배 늘어난 규모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한 배당 규모는 작년과 내년 추정 주당순이익(EPS)의 각각 62%, 50% 수준으로, 이익에 비해 파격적인 수준이지만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주가에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위치에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주주 환원정책의 최대 수혜를 입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등 그룹 계열사의 지분가치 급증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를 통한 현금 유입 가능성이 커지며 지주사로서의 가치 부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전년 대비 배당을 100% 늘려 2020년까지 총 29조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4.6%, 43.3%, 19.3%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계열사 지분가치가 2년간 70% 증가하는 동안 시가총액은 오히려 2.5% 감소했다"면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반영됐던 프리미엄을 모두 반납한 것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해 주주 환원정책이 강화되는 흐름에서 주가 재평가가 가능한 상황이고, 향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도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발표된 작년 4분기 깜짝 실적은 올해 주가에 힘을 싣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만 바라봤던 삼성물산을 자체 사업 회복 관점에서 바라볼 시점이 됐다는 의미다. 작년 한 해 수익성 위주 사업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의 성과가 4분기 실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올해 본격적인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패션부문은 전년 같은 기간 400억원 적자에서 380억원 흑자 전환했고, 바이오부문도 121억원 적자에서 360억원 흑자로 돌아서면서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2370억원을 웃도는 2830억원을 기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관점에서 삼성물산에 관심을 가졌지만, 단기적으로 구조 개편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그룹 내 실질적인 지주사로서의 위상을 갖기 위한 사업구조 진화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안정적인 식자재와 레저사업의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확장 국면에서 해외 건설, 토목, 플랜트 등의 반등이 기대되고 있어 균형잡힌 사업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내내 부진했던 삼성물산 주가가 올 들어 15% 가까이 상승하며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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