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GM사태,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2018-02-22 16:44:27 2018-02-22 16:44:27
안팎으로 총체적 난국이다. 밖으로는 미 트럼프정부의 과격한 보호주의가 우악스런 실행력을 보인다. 안으론 GM사태가 곪아 터졌다.
 
삼성, LG 세탁기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세이프가드에 한국산을 제외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포함시켰다. 120만대 미만 수입 물량엔 관세를 물리지 말거나 20%를 부과하자고 했더니 어김없이 나쁜 카드를 골랐다. 태양광 세이프가드도 이런 식이다. 과녁은 옮겨졌다. 철강, 자동차도 비슷한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우리가 손을 벌릴 곳은 WTO뿐이다. 하지만 WTO에서 승소해도 미국이 판정을 이행할리 만무하다. 우리로서도 무역보복을 가할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이 불가피하다. 한미 안보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고민은 깊어진다.
 
한국GM은 군산공장을 5월 말부터 가동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리정부에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했다. 실업 위기에 처한 국민을 볼모로 정부를 협박하다시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산공장 폐쇄가 본인의 업적이라고 자랑하며, 이번 사태를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리쇼어링으로 묘사했다. 비치는 대로면 정부가 지원을 해도 결국엔 철수할 것이란 회의론을 낳는다.
 
한국GM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출신 관료의 말을 빌리면, 이번 사태는 한국사회 전체가 구조조정에 대한 미숙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GM은 그 속에서 철저히 이권을 챙겼다. 대우차 인수 당시 외환위기 때는 정부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 매우 불리한 조건 하에 GM측의 요구조건을 들어줬다. GM은 리스크를 피하고 우리정부와 산은만 부담을 짊어졌다. GM이 대우차의 R&D 등 핵심역량을 밖으로 빼돌리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산은이 나름의 방어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한 현 상황에서 GM은 다시 우리정부에 손을 내민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도 한국사회가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외침이 심하면 안으로는 단단해진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력집중 완화 골자인 경제구조 개선도 여론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 안팎의 혼란으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수술작업에 불평이 없을 리 없다. G2를 중심으로 각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외치며 로컬기업을 감싸는 마당에 우리정부만 다른 길을 걷는 부담도 커졌다.
 
근본 원인을 따지자면, 정부와 국회가 전부터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지금에야 문제를 수습하자니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GM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제도의 약점을 파고든다. 외국자본 ‘먹튀’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우리 당국은 여전히 기업 실사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주먹구구식 제도들이 꼼수와 편법을 야기한다. 10만양병론을 무시하다 임진왜란을 자처하는 꼴이다. 지금도 국회는 정쟁에만 관심있고 입법에는 소홀한 듯 보인다. 2월 임시국회도 명절 연휴를 핑계로 어영부영 넘어갈 듯 싶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서는 역사의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이재영 산업1부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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