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회장이 구속수감된 데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까지 물러나며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그룹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된 가운데 27일에는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어 총수부재 사태 이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7일 롯데지알에스, 롯데상사,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등 계열사의 투자 부문을 분할해 지주사에 합병하고 롯데아이티테크가 지주에 흡수합병되는 안건을 다룬다.
이번 주총에서 분할합병 안건이 무사히 통과하면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도 모수 해소된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천명했던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의 첫 단추나 다름없다.
문제는 안건 통과 과정에 변수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선 신 회장 구속으로 급락한 롯데지주 주가에 소액주주들과 기관 투자자 등 외부 주주의 반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변수로 예상된다.
아울러 분할합병 등 회사 지배구조 개편 안건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로 인해 의결권 있는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여기에 신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난 일본 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가 롯데지주 지분 6.5% 보유하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경영권을 다시 노리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 구속이후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는 점도 변수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과 해임을 촉구했고, 사임 이후에도 이사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이 오는 6월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또 한번 표 대결을 유도해 경영권 복귀 시도를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황각규 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황 부회장은 주총 막판까지 수감 중인 신 회장을 대신해 물밑에서 우호지분 이탈을 막는 동시에 주주들의 설득 잡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롯데측은 신 회장의 지분(10.41%)을 포함해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을 합치면 우호 지분을 54.3% 가량 확보해둔 상태라는 점을 들며 합병안건 통과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지분구조상 분할합병건 통과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롯데 측 주식이 절반을 넘어 특별한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주총에서 합병안건이 통과될 경우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을 대신해 중단됐던 지주사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까지 롯데지주는 계열사 90여개 가운데 절반이 안되는 42개만 편입한 상태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이 신 회장의 구속으로 올스톱 된 가운데 황 부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 구속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롯데지주 지분율이 0.2%에 불과하고 한국 롯데의 지분은 취약한 상황이어서 이번 주총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부정적인 소액주주 등과 반대 목소리는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세불리기를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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