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7일 검찰에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8시4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수사 은폐 의혹을 인정하냐고 묻는 취재진에 "수사 인력 일부가 수감돼 있기 때문에 대단히 가슴이 아프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세월호 참사 대통령 보고 조작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사이버사 정치관여 수사의 축소·은폐에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9일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구속하고, 13일 권모 전 국방부 수사부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백 전 본부장 등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사이버사 정치관여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수사의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전 본부장은 수사 축소·은폐를 지시한 것과 함께 허위 내용의 수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백 전 본부장은 2013년 12월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의 단독 범행으로 외부 지시나 조직적 활동은 없었다는 내용의 사이버사 정치관여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2014년 8월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 사령관을 입건했다고 밝혔으며, 군 검찰은 그해 11월 이들을 정치관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11일 김 전 장관을 정치관여·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재판장 신광렬)는 그달 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신청을 인용해 석방했다. 김 전 장관은 연 전 사령관 등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치관여 활동에 추가로 투입할 군무원을 친정부 성향 기준으로 선발하도록 신원조사 기준을 상향해 진행하고, 면접에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시점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대통령 훈령 318)을 불법 조작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도 수사의뢰된 상태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최초 대통령 보고 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해 대통령 실제 지시 시간과 간격을 좁히고, 대통령 훈령을 정식 절차 없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닌 안전행정부 담당' 등으로 고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 전 장관, 신인호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로부터 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지난 26일 김 전 장관의 전임자인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침몰 사실을 유선과 서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달 초 신 전 센터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신 전 센터장을 불러 조사했다. 신 전 센터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보고 시점 조작 등에 김 전 실장이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017년 11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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