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유통판권 쟁탈전이 연출되고 있다. 판권회수 시 매출 공백을 도입약으로 다시 메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치료제 '포시가' 국내 유통판권이 최근 CJ헬스케어에서 대웅제약으로 넘어갔다. 포시가는 CJ헬스케어가 2014년 국내 판매해 300억원대(이하 복합제 포함)까지 키운 약물이다. CJ헬스케어는 다른 당뇨신약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웅제약도 도입약을 뺏기긴 마찬가지다. 대웅제약은 MSD로부터 도입해 수년간 팔아온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와 '자누메트' 등 3000억원 규모 5종에 대한 유통판권을 종근당에 넘겨줬다.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노피아벤티스가 국내 판매하던 LG화학 당뇨치료제 '제미글로(740억원)' 판권을 차지했다. 유한양행이 팔던 아스트라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700억원)'도 추가 도입했다.
한독은 당뇨치료제 도입약을 노바티스의 '가브스(460억원)에서 미쓰비시다나베의 '테넬리아(250억원)'로 교체했다. 다케다의 3종 호흡기치료제(약 40억원) 유통 판권을 SK케미칼, 제일약품으로 넘겨주는 대신 화이자의 골다공증치료제 '비비안트(85억원)'와 방광치료제 '토비애즈(75억원)'를 신규 도입하기도 했다.
도입약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를 체결해 대신 판매해주는 신약이 대표적이다. 보통 2~5년 간 유통계약을 체결한다. 단순 유통이어서 이익률이 낮지만, 전세계에서 검증된 유명 신약을 판매하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판매액에서 20~30%를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100억원을 팔아서 20억~30억원을 수수료로 받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해 판권회수를 당하면 단숨에 매출이 증발할 수 있다. 매출을 메우기 위해 다른 글로벌 신약 도입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경쟁사의 대형 도입약을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해 뺏어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내 제약업계 도입약 의존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황 악화에 따른 매출 성장률 둔화도 도입약 판권확보에 매달리는 요인이다. 리베이트 규제, 약가인하 등 제약업황 악화로 인해 2010년(18조9084억원)~2017년(21조7256억원) 의약품 시장 연성장률은 2%에 그쳤다. 실제, 매출 3500억원 이상 12개 상위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도입약) 비중은 2010년 27.1%에서 2016년 46.3%까지 상승했다. 2016년 50개 상장 제약사의 상품매출 비중은 약 35%다. 외형이 큰 상위제약사 도입약 의존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을 도입하면 당장 매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꺼번에 매출이 감소하는 더 큰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며 "도입약 의존도를 줄이고 자사 제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헬스케어가 팔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의 유통판권이 대웅제약으로 넘어갔다. CJ헬스케어는 다른 신약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4년 CJ헬스케어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J헬스케어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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