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심사)을 열지 않고 22일 서류 심사를 진행해 구속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날 오전 "피의자 본인의 심문 포기 의사가 분명한 이상 피의자 심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서류 심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담당 판사에게 배당된 이후부터 계속하고 있었고 추가로 심문 절차를 진행할지 안 할지에 대한 결정이 남은 상황에서 심문을 열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피의자 심문을 맡을 예정이었던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서류 심사를 맡는다. 보통 피의자 심문을 거치는 경우보다 빨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날 법원은 22일 오전 10시30분 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던 이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심문을 취소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법원에 이 전 대통령 없이 변호인단만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내고 검찰에는 피의자 심문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피의자 심문이 가능한지에 대해 법원과 검찰 판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저희는 피의자 심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검찰은 피의자 심문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의 심문 불출석 의견서를 받은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이 불출석하겠다고 한 만큼 피의자 심문 대신 서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 전까지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이나 검찰청이 아닌 자택 등에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심문에 참석해 소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점 등을 고려해 피의자 심문을 위해 발부된 구인장은 집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발부받았던 구인영장을 법원에 반환했다.
검찰의 구인장 반환과 함께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심문 불출석 의견서를 본 법원은 변호인단 의견이 처음과 달리 바뀐 것을 확인하고 변호인단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예정된 22일 심문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피의자와 변호인이 피의자 심문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피의자 심문을 위한 구인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이 영장을 반환했다"며 "관련 자료와 법리를 검토해 구인영장을 재차 발부할지 여부, 피의자 없이 변호인과 검사만이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할지 여부, 심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할 것인지를 22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취소 결정 2시간 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원에 "구인영장이 다시 발부될 경우 피의자와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없고, 구인영장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기일 열릴 경우 변호인은 출석할 의사가 있다"는 의견서를 접수하며 법원의 최종 결정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0일 법원은 일반적인 컴퓨터 배당에 따라 무작위 추첨 방식을 거쳐 이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심문을 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 명의로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며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조세)·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만의 영장 청구였다. 검찰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규정하며 "개별적 혐의 하나하나만으로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라고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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