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 혁신신약 R&D 최강자로 꼽히는
한미약품(128940)이 연이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신약후보물질 개발중단과 기술수출 계약해지로 시름이 깊어진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이랩(ZAI Lab)은 지난 29일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2015년 11월 8500만달러(약 900억원)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2년반만에 협업이 결렬됐다. 한미약품은 기수령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는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판권 반환으로 한미약품 자체적으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2015년 '올리타'라는 제품명으로 조건부허가를 받았다. 조건부허가란 3상 시험을 추후 진행하는 조건으로 2상 자료만으로 허가해 주는 제도다.
한미약품의 계약해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도 6억8000달러(약 7240억원) 규모 올무티닙의 계약을 파기했다. 한국, 중국, 홍콩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을 한미약품에 반납했다. 같은 해 사노피아벤티스는 퀀텀프로젝트 3건 계약 중 인슐린 단일제(HM12470) 1건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연이은 계약해지로 업계에 신약후보물질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올해 2월에는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릴리가 'BTK억제제'의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BTK억제제를 다른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내용을 한미약품과 협의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5년 간(2011~2016년) 기술수출한 13개의 신약후보물질 중에서 3개가 계약해지됐고, 1개가 임상 중단됐다. 9개 신약후보물질은 임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총 계약 규모는 당초 약 8조원에서 약 7조원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제약업계로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016년 한미약품 계약해지 파문으로 제약산업에 거품론이 일며 침체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처셀의 조건부허가 승인 실패, 차바이오텍의 관리종목 지정으로 줄기세포치료제 부문의 연이은 악재까지 겹쳤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데 반해 개발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며 "해외제약사에 연이어 기술수출을 체결하는 등 국내 제약업계 기술력이 한단계 진일보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타산지석으로 삼고 R&D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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