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앞으로는 이제 누구도 4·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또는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추념식을 마친 뒤 라마다플라자 제주호텔에서 약 200여명의 4·3 유족 및 관계자들과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오늘 대통령의 추념사가 우리 유족, 생존 희생자들, 제주도민들께 정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우리가 똑바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희망을 유족들과 희생자들이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책임 있게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만약에 우리 정부가 다 해내지 못한다면 또 다음 정부가 이어갈 것”이라며 “4·3의 진실은 온 세상에 드러나고, 또 4·3의 완전한 해결, 우리 제주도민들께서 이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큰 박수와 함께 “고맙수다”(고맙습니다의 제주도 방언)라고 환호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장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10월 당시 유족들을 만나 4·3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곳이다. 문 대통령은 오찬장에 입장하면서 유족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눴고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제70주년 4·3 추념식 오찬간담회가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라마다 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유족과 희생자들에게 식사 한번 대접하고 여러분들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준비했다”면서 “옛날 끔찍했던 이야기도 좋고, 서러웠던 이야기도 좋고, 앞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좋고, 편하게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유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유족들의 자유발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간담회를 시작하고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추념식에 대통령님께서 직접 함께해 주신 데 대해 유족들의 감동, 도민들의 감사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오늘 대통령의 위로와 감사의 말씀에 그동안의 복받침, 설움들이 녹아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원 지사는 “대통령께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폭력의 행사로 무고하게 희생된 제주도민들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를 해주셨다”면서 “앞으로 4·3의 역사를 치유해 나가면서 한길로 나아가는데 진보와 보수의 진영과 이념을 넘어 제주도민들이 감동하고 진정으로 동참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또한 제주 4·3 사건에 대해 “미완의 과제들이 남았다. 희생자 및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 트라우마센터 설립 문제, 군사재판 무효화 등이 제주4·3특별법에 담겨 있다”며 “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의 첫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도 노력을 하겠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특히 그는 “남북미 정상회담을 제주에서 열어주시길 바란다”며 “특별법 개정과 남북미 평화회담 제주 개최는 4·3 영령들께 드리는 가장 큰 제물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홍성수 제주 4.3실무위원회 부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제주 방문 당시를 회상하고 “그때도 이 장소였다. 참석했던 유족과 도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고맙수다. 고맙수다’ 이렇게 외쳤다. 지금 또 생각이 난다”면서 “그 후 2006년 58주년 위령제에도 (노 대통령이) 참석하셨고, 오늘 문 대통령께서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12년 만에 참석하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4·3특별법을 제정하셨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에서 진상보고서가 나오면서 화해와 상생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100대 국정과제에 4·3문제 해결을 약속하셨다. 부디 4·3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더 큰 희망, 통일을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후 제70주년 4·3 추념식 오찬간담회가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라마다 프라자 제주호텔에서 헤드테이블에 찾아온 희생자 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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