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불가역-단계적 '공통분모' 찾을까
남북 정상회담 전 한미 조율 필수…"북이 체감할 수준의 비핵화 혜택 제시해야"
2018-04-04 16:10:29 2018-04-04 16:10:2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중 정상이 합의한 ‘단계적·동시적 해법’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게 우리 정부의 숙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 주의제가 아니겠나 싶다”고 밝혔다. 경제협력의 경우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문제와도 결부된 상황에서 해결 가능한 핵심의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경제라인 인사들을 제외했다.
 
비핵화를 대가로 체제보장을 언급했던 북한도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신경전을 시작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기명칼럼에서 “미 행정부는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현 세계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수정주의 국가,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경쟁적수들로 지정했다”며 “핵태세 검토보고서를 발표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지구상에서 군비경쟁의 파고가 일고 핵전쟁의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자국의 안전이 위협당하는 것을 방치할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핵 보유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차원이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며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반드시 직접 재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나섰다. 세종연구소는 최근 펴낸 ‘2018 남북정상회담 추진전략 및 과제’ 보고서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 간 의사소통을 이룬 다음 5월 북미 정상회담과 차후 남북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내용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이 지난달 5~6일 방북 후 발표한 언론발표문에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는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경우 얻게 될 편익을 구체적이고 체감 가능하게 설명해 북한 스스로 이번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기회로 인식토록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핵폐기를 약속받기 위해선 우리 정부도 제재완화 및 해제, 적극적인 지원 등 북한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CVID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 사이에서 한미 간 조율된 사전 가이드라인이 필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북중이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한미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비핵화 판 자체가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를 놓고 이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평양 공연을 마치고 귀환한 윤상 예술단 음악감독(가운데)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에게 공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