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놓고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까지 포함한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막후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판문점 선언문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구절이 포함된 것을 놓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이미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밀 실무접촉 과정에서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보장, 핵 포기 관련 상당한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밤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비핵화 내용이 모호하게 처리됐다’고 지적하는데 대해서는 향후 북미 정상회담까지 고려한 포석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쉽지만 이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언급했다.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남북 협상들에 비교했을 때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비핵화의 수준과 범위를 처음으로 명시했다”면서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사실상의 핵동결 조치를 이행한 단계에서 도출된 점도 의미를 더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북부 핵 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고,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힌 것도 단계적 핵 폐기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에서 비핵화 수준을 명시하지 않고, 구체적인 대상이나 시간표 등을 언급하지 않은데 따른 한계도 지적된다. 결국 5월 말~6월 초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되는 비핵화 수준에 따라 구체적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 자신들이 주장해온 ‘핵 타격 수단의 반입금지’, ‘핵 사용권을 보유한 주한미군 철수’ 등을 내세울 경우 완전한 비핵화 합의가 장애물에 부딪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다만 선언문에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됨으로써 상시 대화를 통해 남북 간 마찰을 줄일 수 있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간 협력 뿐만 아니라 민간교류도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 시기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예상을 깨고 판문점 선언문에 남북 경제협력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을 놓고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와 연계된 경협 프로젝트를 선언에 포함시킴으로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즉각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놨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맞물려 관련 사업에 속도가 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2018 남북 정상회담의 여운이 남아있는 28일 오전, 경기 파주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이 철도중단점 열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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