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폭행을 반복했던 사람이 단순폭행, 존속폭행을 저질렀다면 그 상습성을 혐의별이 아닌 포괄적으로 판단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상습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폭행 범행을 반복해 저지르는 습벽이 있고, 이러한 습벽에 의해 단순폭행, 존속폭행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면 각 죄로 상습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포괄해 그중 법정형이 가장 중한 상습존속폭행죄만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264조, 폭행죄의 상습성, 죄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최씨는 지난 2016년 3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친모 김모씨와 계부 박모씨의 집에서 함께 지내던 중 박씨가 거동이 불편한 김씨를 차에 태워 폐휴지를 줍고 다닌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것을 포함해 같은 해 7월까지 총 3회에 걸쳐 박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그해 12월 김씨가 자신을 말리자 김씨에게 욕설을 하고, 선풍기 받침대를 집어 던져 허벅지를 맞추는 등 존속폭행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최씨의 상습폭행죄에 대해서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순폭행의 상습성과 존속폭행의 상습성은 별도로 판단돼야 하므로 상습존속폭행죄와 상습폭행죄는 포괄일죄가 아닌 별개의 범죄이고, 박씨가 최씨의 직계존속이 아닌 이상 상습단순폭행죄가 인정될 뿐 신분 관계를 필요로 하는 상습존속폭행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존속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김씨는 박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법원에 전달했다.
2심은 상습폭행죄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존속폭행죄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의붓아버지인 박씨에 대해 반복해 폭력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동종의 범죄로 인한 누범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다시 저지르는 등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피고인이 동종·이종 범행으로 30회 가까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후 원심판결 선고 전인 2017년 1월 최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원심 법원에 제출했고, 김씨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원심은 이 사건 범죄사실 중 김씨에 대한 존속폭행의 점에 대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했어야 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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