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LG그룹이 4세 경영체제를 위한 과도기로 접어들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차 부회장은 보수적인 그룹 문화 안에서도 공격적인 M&A로 회사를 키운 인물이다. 이에 젊은 총수시대가 임박한 LG그룹 내에서 차 부회장의 공격경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고 구본무 회장의 복심으로 불릴 만큼 총수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그룹 내 최장수 CEO다. 구광모 LG전자 상무로 후계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당분간 그룹 부회장단의 조력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변화도 주목받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83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2% 늘어났다. 매출액은 1조6592억원으로 6.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964억원으로 8.8% 증가했다. 1분기 실적으로는 모두 사상 최대다.
차 부회장의 취임 이후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더욱 놀라운 경영지표를 보여준다.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0개 분기 성장세를 지속했으며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52개 분기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경쟁사 아모레퍼시픽과의 실적 희비까지 지속되며 차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7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5%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6643억원으로 10.3%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160억원으로 18.9% 축소됐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도 LG생활건강은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총매출에서 LG생활건강에 뒤처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차 부회장은 14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며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는 1999년 한국 P&G 사장과 2001년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사장에 올랐다. 취임 이후 회사는 폭풍 성장을 이어왔고 그 배경에는 과감한 인수합병이 주효했다. 차 부회장이 M&A의 귀재로 불리는 이유다.
LG생활건강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장품외에도 음료, 생활용품까지 아우르게 된 것도 차 부회장의 작품이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2014년 CNP코스메틱스, 2017년 태극제약을 인수하는 등 취임한 후 성사시킨 M&A만 18건에 달한다. 인수 회사들은 매출이 늘어 LG생활건강의 외형성장에도 기여했다. 그는 '3~5년 안에 기존 브랜드 이상의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한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업계에선 LG그룹이 4세 경영체제 전환이라는 변수를 맞았지만, 차 부회장이 성공적인 경영지표를 보여온 만큼 그를 향한 신임과 지지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 체제 이후 LG그룹은 계열사별 책임경영이 더 강화될 전망인 만큼 차석용 부회장도 성장동력 찾기에 더 분주해질 것"이라며 "그동안 보여준 성과들이 뚜렷해 구광모 체제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CEO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LG생활건강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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