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가 승계 발걸음을 서두른다. 구본무 회장의 병세가 위중해지면서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그룹 지주사인 ㈜LG 사내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LG는 "그룹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4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뜻이다.
㈜LG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내달 29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임시 주총에서는 구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부의된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LG 이사회 역할을 수행함에 제약이 있는 관계로 주주 대표 일원의 이사회 추가 참여가 필요하다는 논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경과가 좋아 대외활동도 재개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병세가 악화됐다. 현재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 중이다. 해외에 있던 가족들이 급히 귀국하는 등 LG 일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날 병실에는 구 회장을 걱정하는 친인척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친척 중 한 명은 "손발만 주무르다가 나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LG 관계자는 "이번주 총수 일가와 관련된 내부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다"며 엄중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현재 LG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살피고 있다.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엄격한 유교적 가풍으로 인해 일찌감치 후계자는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로 확정됐다. 구 회장은 동생 구본준 부회장으로 하여금 구 상무가 경영수업을 마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맡겼다.
유교적 가풍과 지주사 체제로 지분구조도 안정적이다. 구 상무는 구본무 회장(11.06%), 구본준 부회장(7.57%)에 이어 ㈜LG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다. ㈜LG는 LG화학(33%),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등 주력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LG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1978년생인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업사업장,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제조와 판매, 기획 등의 직군에서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지난 2015년에는 ㈜LG 상무로 승진해 미래사업 기획 등을 담당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LG전자 B2B사업본부의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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