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 조선이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수주가 끊기면서 일감절벽으로 내몰리더니, 급기야 매출마저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 조선을 대표하는 '빅3'의 1분기 성적표를 볼 때, 연초 계획했던 매출액 달성도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23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말 기준 누적 매출액 2조4950억원. 전년 동기(3657억원) 대비 31.8% 감소했다. 연초 강환구 사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했던 연간 목표 매출액 7조9870억원에 비하면 31.2%에 그친다. 같은 기간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각각 7010억원과 8460억원의 누적 매출로, 부진했다. 계속된 수주절벽에 조선사 도크 내 일감이 말라버린 결과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1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매출은 2조2561억원으로, 연초 계획했던 매출 목표액 10조원 가운데 22.6%에 그친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 매출은 1조2408억원으로, 올해 매출 목표액 5조1000억원의 24.3%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 빅3, 매출 목표액 및 달성액. 제작/뉴스토마토
매출 감소는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주 부진에 기인한다. 일감이 줄면서 매출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악순환이다. 이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연초 매출 목표액을 전년 대비 2조원 가까이 줄이며 경영 목표를 '생존'에 방점을 찍을 정도. 특히 현대중공업이 올해 계획한 매출 목표액은 10년 전 매출 규모와 유사하다.
올해 일감 보릿고개를 넘고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주가 늘어야 하는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 업계에선 오는 2020년부터 적용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주목했다. IMO가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함유량을 0.5% 이하로 낮추도록 규제하면서, 신조선 발주가 늘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 선사들의 움직임은 미온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77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던 2015년 4월의 누적 발주량(815만CGT)과 비교해도 여전히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국내 조선 빅3도 수주 목표량 달성에 힘겨운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은 4월까지 누적 13억4500만달러를 수주하면서 연간 수주 목표액 101억6800만달러의 13.2% 수준의 일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도 1분기 말 기준 16억달러를 수주, 올해 수주 목표액 82억달러 가운데 19.5%만 채웠다. 대우조선해양은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 목표액의 30%를 넘겼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목표액은 73억달러로, 현재까지 26억1000만달러(36%)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매출 하락은 수주절벽 때부터 예견됐던 일인 만큼 그에 대응해 목표액 달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목표액을 보수적으로 책정한 만큼 이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고정비 절감을 위해서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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