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유권자 중 36%가 광역단체장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행정 능력을 뽑았다. 23년 전보다 7%포인트 늘었는데, 지도력은 20%에서 12%로 내려앉았고, 정치력도 9%에서 6%로 하락했다. 유권자들은 점점 더 지도자 자체에 대한 호오보다는 그 지도자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지 따지고, 정치 공학에만 반응하는 게 아니라 그 정치가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생활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생활 공약이나 풀뿌리 민주주의 공약이 아예 없어서가 아니다. 공약은 있지만 후보들이 강조하는 지점은 생활이 아닌 정치 논리로 보인다.
집권 여당 깃발을 들고 나온 후보들은 자신이 여당임을 내세우는데 급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서양호 중구청장 후보는 지난 24일 정식 후보로 등록한 날 "'국정 발목잡기'에 찬성하시면 자유한국당을, 문재인 정부의 전진을 바라시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해주십시오"라고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을 경력이 있다지만,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는 것인지 지방선거를 하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같은 당의 정순균 강남구청장 후보는 예비후보이던 지난 15일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공약 질문을 받자 대뜸 "구체적인 공약보다는 큰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출마 시기가 늦었다지만, 강남구에서 30년 거주한 것과는 맞지 않는 대답이었다. 본선 후보 등록 후에는 나름대로 공약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명함에는 노무현 정부에서의 국정호보처장 등 중앙정부 경력만 빼곡할 뿐 강남과의 연관점을 찾아볼 수 없다.
야권은 야권대로 정치공학에 매몰돼있다. 중앙정부와 관련된 노원구병·송파구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시장 선거, 심지어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단일화 논의만 무성하다. 한국당 장영철 강남구청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김상채 후보는 며칠새 보도자료 등을 통해 단일화 논의를 주고받는데 여념이 없다.
여야가 정치 논리에 빠져있는 사이 시민들은 생활정치를 보여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설한 '우리동네 희망공약' 페이지에는 서울만 현재 1935개의 공약 제안이 빗발치는 중이다. 미세먼지 측정 장소를 확충하고, 중학교 시설을 개선하며,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지하철을 연장하는 등 자신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이상 지방선거가 '무지방' 선거로 치러져선 안된다. 중앙정치는 중앙정치를 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골목 하나하나까지 살피고, 주민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정책 선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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