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정상외교가 활발해지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어떻게든 확보하려는 중국·일본·러시아가 숨가쁜 외교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개최 여부다. 홍콩 동방일보는 지난 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개최에 맞춰 3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방으로 북미회담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시할 기회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금까지 차분히 정세를 관망하는 것으로 보였던 러시아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달 31일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접견했다. 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러 양측은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인 올해 고위급 왕래를 활성화하고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해나가는데 합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러(북러) 관계’를 양측 이익에 부합하고 새 시대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북러 양측이 이른 시일 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가운데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점쳐진다.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구소련 기술에 기반한 북한 핵·미사일을 폐기·해체하는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일본의 경우 미국과의 협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내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전인 7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아베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재팬 패싱’ 우려에 직면한 아베 총리는 지난 4월17일 이후 50여 일 만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같은 중일러 3국의 활발한 움직임은 최근들어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가능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 당사국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향후 6자회담 재개 등에 대비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자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통보받은 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패싱’ 우려에 민감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또 북미 양국이 회담 세부내용 조율에 한창인 가운데 우선 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가운데 북미 양국도 막판 실무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측 협상단은 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협상단과 의제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회동을 기점으로 사흘 연속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미국과 북한의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 요구를 기반으로 플루토늄·농축우라늄 반출 방법과 체제안전 보장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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