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해 3년만에 다시 수사에 착수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자원외교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사 의뢰한 건을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에 배당했다고 4일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달 29일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사업, 캐나다 웨스트컷 가스전 사업,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 등 3개 사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배임과 분식회계 등에 대한 추가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를 구성하고,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81개 사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 대검은 산업부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접수해 그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2014년 11월 참여연대와 정의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자원개발 공기업 3사의 전·현직 사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배임)·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15년 7월과 9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만을 각각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웨스트컷 가스전을 부실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복수의 자문사 평가 등 경제성 평가의 배임 요소와 손해를 인식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부실한 자산가치평가로 하베스트를 4조5600억원에 인수해 5000억원 상당의 국고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았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등을 인수하기 전 투자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안성은씨와 실무책임자 김형찬씨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됐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다. 하베스트 부실 인수와 관련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서면조사만을 받았다.
김 전 사장은 2010년 3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과 관련해 경남기업 지분을 212억원이 높은 가격에 인수하고, 그해 12월 양양철광산 재개발 사업의 경제성이 없는데도 12억원을 투자해 총 224억원의 국고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사장도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웨스트컷 가스전을 부실하게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해서는 복수의 자문사 평가 등 경제성 평가의 배임 요소와 손해를 인식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해 4월 자원외교 수사를 박근혜 정부 검찰의 집권세력·정부의 부패와 불법에 대한 부실 또는 면죄부 수사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검찰은 총체적인 진상과 책임자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했지만, 일부 공기업 사장만 핵심 수사 대상으로 삼아 기소하면서 자원외교에 얽힌 구조적인 유착과 비리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자원외교 특사 이상득 전 의원 등 핵심 역할을 한 이들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석유공사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MB 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은 올해 3월30일 최 전 장관에 대한 고발장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촉구 서한을 검찰에 제출하고, 강 전 사장과 최 전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국민모임은 지난달 14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산업부에 강 전 사장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의 방안을 시행한 것이 있는지, 석유공사가 해당 소송의 원고로 참가할 것을 협의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다스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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