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MB 집사'라 불리며 핵심 참모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약 석 달 만에 다시 만났다. 시간만 다소 흘렀을 뿐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다스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반면,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성해 대조를 이뤘다.
이 전 대통령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3회 공판에 나와 이날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공판에 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은 한층 아래 서관 320호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자신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방조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했다. 두 사람이 서초동에서 만난 것은 지난 3월14일 이후 약 3개월여 만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김 전 기획관은 첫 공판에 출석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전처럼 이날 자신이 아니라 맏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다스를 실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여러 사람이 검찰에 나와 이 회장은 (다스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거 같으니 원주인(내가) 소유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며 "이 사람들이 사람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이 회장은 무서운 사람이다. 자기가 소유한 회사를 '내 것이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없지"라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 매각대금 67억원을 논현동 자택 증축에 쓴 의혹에 대해 이 회장에게 빌렸다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그 돈이 도곡동 땅 매각대금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지 않으냐. 퇴임 전 주거래은행인 농협에 돈을 빌리려고 했다"며 "이 회장이 '우리 집안에서 대통령이 나왔는데 돈을 빌리지 말고 내가 빌려주겠다'고 해서 시작됐다. 검찰은 도곡동 땅이 내 것이니까 내가 갖다 썼다고 하지만 내 돈이라고 권한 행사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다스 설립의 종잣돈이 된 도곡동 땅 실제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라 보고 있다.
반면 징역 3년을 구형받은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처음 시작할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제가 한 일을 모두 인정하고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제가 지금 받고 있는 재판이 끝난다고 해 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진실규명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 역할을 다 하겠다. 모든 것들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진실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앞으로 검찰 등에 추가 협조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 사람은 처음 서초동에서 마주한 3월에도 반대 행보를 걸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검찰에 "김 전 기획관 등 참모들이 한 일"이라며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반면 김 전 기획관은 "여생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 바로 이 시간에 이 전 대통령 소환 얘기를 들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저도 사건 전모가 밝혀질 수 있도록 남은 수사와 재판 일정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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