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들과 상담하다 보면 꼭 나오는 얘기가 있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너무 집착하고 TV를 보기 시작하면 빠져들어서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부모들은 아이의 자폐증이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유아기에 아동이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치중하기보다 스마트폰이나 TV 시청에 집착해 사회성발달이 떨어져 자폐 증상과 유사한 행동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과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유사-자폐’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유사-자폐’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치료도 매우 용이해서 대중매체와의 접촉을 제한하고 부모와 상호작용 해주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호전을 보인다.
스마트폰 과다 노출이 자폐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 스마트폰에 과다 노출되어 자폐증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는 있지만, 스마트폰이 자폐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이 아동의 인지발달과 뇌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라는 문제는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그러나 아동학자나 뇌 과학자들 사이에 합의된 사실은 만 3세까지는 스마트폰이나 TV 등의 매체에 노출되는 것이 득보다는 해가 크다는 것이다. 만 3세까지 아동의 뇌 발달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자극은 부모와의 스킨십이며 자연과 교감하는 감각적인 경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 3세 이후에는 의견이 갈린다. 해가 크다는 주장과 득이 크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필자는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득실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회성 발달이 36개월을 넘어가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는 오히려 적절한 컴퓨터게임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아스퍼거증후군 유형에서 필자는 실제 치료 과정에 컴퓨터 게임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무엇이든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TV를 접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히다고 할 수 있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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