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요금제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시장 경쟁에 맡겨달라는 입장이다.
KT가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면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출시된 KT의 LTE 베이직 요금제는 월 요금 3만3000원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선택약정할인(25%)을 적용받으면 월 통신 요금이 2만4750원으로 내려간다.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부족할 경우에는 다음 달의 데이터를 당겨쓸 수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LTE 베이직 요금제는 저가 요금제 가입자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들이 주로 LTE 베이직 요금제로 갈아탔다. KT 관계자는 20일 "중장년층 등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는 소비자들이 주로 LTE 베이직 요금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LTE 베이직 요금제 가입자는 출시 5일만인 이달 5일 기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KT가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내면서 경쟁사들도 바빠졌다. 정부의 보편요금제나 KT의 LTE 베이직 요금제와 요금이 비슷하거나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요금제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검토에 들어갔다. 이통 3사는 이외에도 요금제별로 데이터를 더 제공하고 멤버십 혜택을 늘리는 등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보편요금제를 강제하기보다 이통사들이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소비자 혜택을 위해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요금제는 국회 관문만 남겨놓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입법절차는 마무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2일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지난해 6월 이통사들의 보편요금제 의무 출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법제화와 별도로 이통사들과 협의해 저가요금제의 혜택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통사들의 저가요금제 경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그런 경쟁은) 시장이 건강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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