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상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나가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낸 만큼 이에 대해 방어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다.
신 회장은 20일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열린 자신에 대한 보석 심문 기일에서 "29일 주총이 있는데 재판부에서 허락하면 이번 기회에 꼭 참석하고 싶다"며 "주총에 해임 안건이 상정되면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데 현장에서 제가 직접 해명의 기회를 얻는 게 필요하다. 해외가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 등 여러 방법으로 제 입장을 꼭 소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부디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본인 외 변호사 등이 출석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 신 회장은 "안 된다. 편지 등은 가능하지만, (대리인이) 참석할 수 없다. 그래서 보석으로 의견을 드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 변호인도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때문에 석방이 필요하다. 신 회장이 구속되자 신 전 부회장은 구속을 기회로 다시 한번 주총에 해임 안건을 제안했다"며 "저희는 이번 주총에 대해 절실하다. 신 회장이 주총에 나오지 않으면 지금까지 지지를 표현한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른다고 한다. 경영권 문제와 관련해 큰 이슈이고 주총에서 해임되면 한국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보석 허가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보석 사유가 없다. 원심은 도주 우려로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재계 5위 그룹 총수라는 점을 보석 사유로 이야기하는데 사회적 신분에 대해 국민과 다르게 대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최상위층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분이 잘못했다면 오히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 측과 검찰 의견 등을 종합해 조만간 신 회장의 보석 청구에 대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주총에 신 회장 해임안을 제안하고 본인을 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회장은 지난 12일 보석을 청구하며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번 주총에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 회장은 면세점사업 재승인 등 경영 현안 해결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금 70억원을 낸 혐의(제3자 뇌물공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외 별도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신격호 총괄회장 등과 공모해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 근무하지 않았던 신 전 부회장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약 508억원을 공짜로 지급한 혐의(횡령)와 신 총괄회장·서미경씨 등과 공모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시네마 내 매점 52개를 서씨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불법 임대해 롯데쇼핑에 약 77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은 항소심에서 병합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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