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중소기업 수출, 돌파구 찾아라)②"코트라·중진공, 수요자 중심 기관으로 변모해야"
업계, 비현실적 정책 애로사항 토로…"실제로 도움되는 시스템 필요"
2018-07-16 06:00:00 2018-07-16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1. 영세 중소기업 A사 대표는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 벗어나 해외시장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무역 담당 직원조차 없는 영세한 규모여서 수출지원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컨설팅 지원을 통해 실무적인 도움을 기대했지만, 이 유관기관은 통관과 수출 대행업체를 소개시켜줬다. A사 대표는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부담을 두고 고민 중이다.
 
#2. B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중소기업 수출 지원사업(바우처)에 선정됐다. 3000만원 보증금을 내면 7000만원을 지원받는 방식인데, 오히려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유동성 문제로 자금난을 겪게 됐다. 영세기업 입장에선 3000만원 자금 조달조차 쉽지 않은 데다가, 자부담으로 경비 선집행 후 정책자금이 두세달 뒤 후불로 들어오다보니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협회 등 수출지원 기관이 수요자 중심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 중소기업 산하기관 고위직을 역임했던 한 관계자는 "코트라 등 기관들의 허위의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어 "(정권마다 중소기업) 정책은 늘 똑같고, 방향성도 동일하다. 거시적인 정부 정책보다 정책을 수행하는 수단(기관)들이 문제"라며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시장 보고서를 쏟아내 봤자 실제 수출하려는 중소기업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동사무소처럼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수출 지원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육성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빠지지 않는 정책이슈다.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재정지원, 세제 혜택, 공공구매, 각종 규제의 비적용 혜택 등 각종 정책들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참여정부(2003~2008년)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자금, 판로 등 각종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이명박정부(2009~2013년)는 FTA체결로 인한 중소기업 수출증대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정책을 폈다. 박근혜정부(2014~2017년)도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 확대 등 수출초보·유망 기업의 기업 역량 단계별 지원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역시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 중소기업 정책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지난해 7월 기존 중소기업청을 격상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했다. 중기부는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중책을 수행하게 됐다. 중소기업 수출지원 기능 통합, 수출 역량 강화 등 중소기업 수출 정책의 구심적 역할도 맡았다. 그러나 출범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소기업계에선 여전히 중기 육성책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 정부의 정책 의도가 집행 기관의 경직성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은 비현실적이거나 불합리한 지원으로 애로사항이 있다고 전한다. 영세 중소기업들은 무역 담당 직원조차 없어 통역과 통관 등 수출 절차에 진땀을 빼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30번가량 컨설팅을 받고 대표가 직접 무역 공부에도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토로도 나온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중진공, 코트라, 무역협회에서 수출 지원을 다 받아봤는데, 오히려 다른 협회에서 받은 지원이 더 도움이 됐다"며 "수출 관련 지식이 전무해 해외 바이어나 무역관과 연결하는 방법 등 사소하고 실무적인 지원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 기술혁신기업 등엔 시간이 돈이다. 지원을 받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너무 걸린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유관기관의 문턱을 낮추고 맞춤형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수출 지원 사업들을 체계화하고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기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수출 사업을 수요자가 쉽게 찾아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소재부품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열린 기업상담회에서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코트라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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